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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안부
맹문재
시골에서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췌장암이 믿기지 않아 서울의 큰 병원에 확인검사를 받으려고 올라오신 큰고모님 차에서 내리자마자 여기 문재가 사는데, 문재가 사는데...
서울의 거리를 메운 수많은 사람들과 차들과 상점들 사이에서 장조카인 나를 찾으셨단다 나는 서울의 구석에 처박혀 있어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데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일까 나는 목덜미에 찰랑찰랑 닿는 목욕탕의 물결에도 칼날에 닿은 듯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는데 콧노래를 부른다고 믿으신 것일까 지하도로 들어오는 한 줄기 햇살만큼이나 보고 싶었지만 내게 부담된다고 아무 연락도 안 하고 하늘까지 그냥 가신 큰고모님
아귀다툼의 이 거리를 헤치고 출근하다가 문득 당신의 젖은 손 같은 안부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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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가 가슴을 아릿하게 저민다. ‘내게 부담된다고 아무 연락도 안 하고/하늘까지 그냥 가신 큰고모님’이시다. 그처럼 속 깊게 젖은 사랑 한 채를 등 뒤에 내려놓은 채, 먼길 떠나신 것이다. 이전투구의 이 세상, 살아가는 일이 바빠서 또는 이런 저런 연유로 인해 서로서로 안부도 제대로 못 나누게 되는 요즈음 세상이 아니던가. 이 시가 우리 주변의 고귀한 인연들을 다시금 살펴보게끔 각성케 하며 코끝을 찡하게 울리고 있다.
맹문재 시인은 충북 단양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에서 수학. 1991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으로 <먼 길을 움직인다> <물고기에게 배우다>가 있다. 저서로 <한국 민중시 문학사> <페미니즘과 에로티즘 문학><지식인 시의 대상애><현대시의 성숙과 지향> 등 다수가 있음. 현재 안양대학교 교수.
신지혜<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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