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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판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판.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판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판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어느 날 문득, 따뜻한 두레 밥상이 울컥 그리운 적 있는가. 이전투구 아수라장의 세상 밥상에서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며 떠돌던 슬픈 상처를 언제라도 따스하게 위무해 줄 고향집 두레밥상. 밥그릇싸움에 지치고 고단한 얼굴로 언제 들이닥칠지라도 바로 눈물겹게 품어줄 우리의 근원적 불변의 고향이다. 그 남루한 삶의 슬픔을 푸근하게 감싸주고 모서리 없는 두레밥상 앞에서 착하고 순한 눈빛으로 함께 둘러앉아 숟가락들 부딪히는 소리가 정겹게 울려 퍼질 것이다. 모든 삶의 결빙을 녹여줄 훈훈한 두레밥상, 또한 그 환하고 따스한 어머니가 계신 두레밥상.
정일근 시인은 ‘한국일보’ 신춘문예(1985)로 등단,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외 다수의 시집과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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