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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책
김재혁
구름보다 더 늙은
책이 내 얼굴을 쳐다본다,
내 얼굴을 들이마시고 어루만진다,
내 마음을 제본하여 읽어 보라고 내민다.
책의 손가락이 내 속을 더듬으며
뒤틀린 내 영혼의 손목에 봉침을 놓으며 웃는다.
병원 복도에서 소리지르는
반 귀머거리 노파,
귀먹은 책이 나를 향해 소리친다,
생의 계절은 늘 그늘이었다고,
앞을 못 보는 책은
뱃고동 소리가 들려오면
낡은 귀를 쫑긋 세운다,
책의 행간을 바람이 지난다,
책의 밭고랑에 시간이 흐르며
물결친다, 책에 해일이 일어
사랑이 묻히고 죽음도 묻히고
책에 눈이 내려 어둠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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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속을 들여다보자. 이 책은 제 3의 세계가 아니라 사물의 집합소이자 거주지이자 사람의 인생과도 동일하다. '생의 계절은 늘 그늘이었다고'한다. 삶을 붙들고 꾸려가고 있는 다양한 실존의 모습들이 그안에 존재하고 늘 현재 진행 중인 역사적인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모든 생의 희노애락이 그안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비단 이 책속이란 어쩌면 나 자신을 흡수하거나 투영해보이는거울이자 지금 이 세상이고 곧 이 세상 역시 곧 동일한 책이었다는 것을 알겠다.
김재혁 시인은 1959년 충북 증평 출생. 1994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내 사는 아름다운 동굴에 달이 진다> <아버지의 도장> <딴생각> 다수의 번역집이 있다. 현재 고려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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