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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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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다. 당신보다 늘 자식이 먼저였던 일흔 다섯 어머니의 모습이다. '된바람 소리'의 삶의 구릉과 협곡을 건너오며 오직 자식만을 품어주었던 어머니, 그 발톱을 깎아드린다. 우리가 이전투구의 각박한 이 세상에서, 어떤 절망의 골짜기와 벼랑끝에 내몰릴 지라도 늘 마지막 본향과 성역이 되어 바람막이였던 바로 그 어머니. 우리가 모두 저 위대한 어머니로부터 오지 않았던가. 이 시가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오래도록 적셔준다. 이승하 시인은 경북 김천 출생. 1984년 [중앙일보]신춘문예 당선. 1989년 [경향신문]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으로 <사랑의 탐구><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폭력과 광기의 나날><박수를 찾아서><생명에서 물건으로><뼈아픈 별을 찾아서><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등과 다수의 시론집 및 시창작집, 산문집등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서라벌문학상, 지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 중앙대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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