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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연장론
최영철
우리가 잠시라도 두드리지 않으면 불안한 그대들의 모서리와 모서리는 삐걱거리며 어긋난다 우리가 세상 어딘가에 녹슬고 있을 때 분분한 의견으로 그대들은 갈라서고 벌어진 틈새로 굳은 만남은 빠져나간다 우리가 잠시라도 깨어있지 않으면 그 누가 일어나 두드릴 것인가 무시로 상심하는 그대들을 아프게 다짐해 줄 것인가
그러나 더불어 나아갈 수 없다면 어쩌랴 아지 못할 근원으로 한쪽이 시들고 오늘의 완강한 지탱을 위하여 결별하여야 할 때 팽팽한 먹줄 당겨 가늠해 본다 톱날이 지나가는 연장선 위에 천진하게 엎드려 숨죽인 그대들 중 남아야 할 것과 잘려져 혼자 누울 것은 무슨 잣대로 겨누어 분별해야 하는가를
또 다시 헤어지고 만날 것을 빤히 알면서 단호한 못질로 쾅쾅 그리움을 결박할 수는 없다 언제라도 피곤한 몸 느슨히 풀어 다리 뻗을 수 있게 一字나 十字로 따로 떨어져 스스로 바라보는 내일이 있기를 수없이 죄었다가 또 헤쳐놓을 때 그때마다 제각기로 앉아 있는 그대들을 바라보며
몽키스패너의 아름다운 이름으로 바이스 프라이어의 꽉 다문 입술로 오밀조밀하게 도사린 내부를 더듬으며 세상은 반드시 만나야 할 곳에서 만나 제나름으로 굳게 맞물려 돌고 있음을 본다 그대들이 힘 빠져 비척거릴 때 낡고 녹슬어 부질없을 때 우리의 건장한 팔뚝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누가 달려와 쓰다듬을 것인가 상심한 가슴 잠시라도 두드리고 절단하고 헤쳐놓지 않으면 누가 나아와 부단한 오늘을 일으켜 세울 것인가
******************************이 시가 작금의 시대에 소중한 ‘정의’를 일러준다. 세상은 흔히 두 부류로 나뉜다. 오늘을 일으키는 자는, 불의를 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잘못을 잘못이라 이야기 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자들에 의해 그 역사가 유지되어 왔다. 굽은 것들을 올곧게 펴는 일, 비뚤어진 것들을 바로 잡고 두들기는 일은, 무엇보다 고귀한 것. 자신의 영리에 편승하여 눈치나 보는 이들에 의해 역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도 분명한 사실은 ‘정의’야 말로 삶의 반듯한 모양을 만들어 주고 개인과 사회를 진화시키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연장’이라는 것을 이 시가 일깨운다.
최영철 시인은 경남 창녕 출생.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그림자 호수>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 <일광욕하는 가구> <야성은 빛나다> <홀로 가는 맹인악사> <가족사진>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호루라기> 등이 있고 다수 산문집 및 어른 동화 <나비야 청산 가자>등,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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