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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연암을 필사하다
서안나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넜다젖은 말 잔등에 올라앉아연암의 뒤를 따라간다연암의 두려운 눈동자와 시끄러운 귀를 지나내 손가락들이 먼저 강물에 젖는다젖은 필체 끝에서쏟아져 내리는 시뻘건 강물사나운 강물을 가로 지르는 사이소란스러운 마음은 강을 쉽사리 건너지 못하고 있다젖지 않는 것들은 생각 뿐이며젖는 것 또한 생각 뿐이라고 연암이 말을 건넨다
전화 속 친구의 목소리는 혀가 풀려있었다친구의 뺨을 세게 때렸다내 몸이 다 얼얼했다친구를 짐짝처럼 택시에 구겨넣었다응급실에서 그녀가 뱉어내는한 주먹의 수면제와 알약들이상처처럼 퉁퉁 불어있었다
강물로 땅을 삼고, 몸을 삼아*연암은 자신을 아홉 번 건넜지만하룻밤에 나는 나를 천 번이나 건넌 적이 있다건널 때마다 내 몸으로 흘러드는삶과 죽음을 넘나들던허우적거리던 친구 손아귀의 힘힘줄처럼 뻗어간다
내 눈귀가 너무 소란스럽다연암이 이국의 낯선 강을 건너고 있다
*박지원(朴趾源)의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에서
---------------그렇다. 삶은 연암이 하룻밤에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넜듯이 아니, 천 번도 더 도강했을 바로 그 난황의 인생살이 아닌가. 투전판과 다름없는 이승에서 생에 탈진한 목숨들이 제 목숨의 고삐를 쥐고 도강해야 하는 것, 그럼에도 불온한 밤들을 헤아리며 혼자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어찌 이 시의 절절한 생의 물살에 저절로 마음이 흥건하게 젖어들지 않겠는가.
서안나 시인은 1990년『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1991년『제주한라일보』신춘문예 소설부문 가작. 시집으로 <푸른 수첩을 찢다><플롯 속의 그녀들>등이 있다.<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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