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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휴가병
심재상
토요일 아침나절 작은 2층 찻집을 혼자 지키는 건 비스듬한 햇살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길 건너편으로 조금씩 미끄러지는 것도 비스듬한 햇살입니다. 이따금 가방 멘 키 큰 여학생들이 셋씩 넷씩 소풍 가는 걸음걸이로 옥양목 같은 햇살을 밟고 지나갑니다. 무덤덤하게 사각형의 택배 차가 지나가고 제법 요란하게 피자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자못 신명나게 자장면 배달 자전거가 지나갑니다. 이윽고 내가 만난 적 없는 당신을 쏘옥 빼어닮은 젊은 여인이 당신의 어머니를 쏘옥 빼어닮은 나이 든 여인의 묵직한 세월을 팔짱 끼고 걸어옵니다. 토요일 점심나절 알 듯 모를 듯 혼자 웃는 건 이 가지런한 햇살입니다. 보일 듯 말 듯 몸 가볍게 횡단보도를 건너 되돌아오는 것도 느리디느린 햇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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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주인공은, 우리 곁에 늘상 따스하게 존재하는 바로 그 햇살이다. 햇살과 더불어 투사되는 삶의 풍경들이 마치 슬로비디오 동작인 듯 아주 천천히, 명확하게 시간 속을 항해하지 않는가. 인간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하여 공존하고 있는 무형의 이 일상적 존재! 그러나 더없이 특별하다. '알 듯 모를 듯 혼자 웃는 건 이 가지런한 햇살'이다. 토요일 점심나절, 이 햇살의 친근한 행보와 살아 꿈틀거리는 실존의 모습이,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나른하면서도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심재상 시인은 1955년 강원도 강릉 출생. 서울대 사범대 불어과와 동대학 불문과 졸업, 문학박사 학위를 받음. 1993년 계간『문학과 사회』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누군가 그의 잠을 빌려><넌 도돌이표다>등이 있다. 저서로 <노장적 시각에서 본 보들레르의 시 세계>가 있으며 현재 관동대 프랑스 문화학과 교수.
<신지혜. 시인>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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