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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숨소리의 문장
채호기
긴 호흡기관의 층계를 올라오는 숨소리닫힐 듯 간신히 열리는 소리정체 모를 타인의 숨소리와 합쳐지고 좀 전의 숨소리와 아득한 기억의 숨소리가 뒤섞여 숨소리의 문장을 이룬다
어떤 단어는 들판의 풀잎에 돋아나차가운 이슬방울로 모래 위에떨어져 천천히 스며든다.어떤 단어는 이마의 땀구멍을 비집고올라와 미간을 거쳐 코와 눈사이의 계곡을 천천히 흘러내린다.
어떤 단어는 바람이 되어 창틀의 소리를 내다가멀리 황량한 들판의 소리를 낸다.어떤 단어는 끈적끈적한 어둠으로 덩어리가 되어 눈꺼풀을 무겁게 짓누른다.어떤 단어는 안개가 되어 공기를 포옹하고 연인의 심장을 포옹한다.
아! 사랑이란 단어백사장 위의 하얀 조가비주머니에 들어 손가락에 만져지는 글자.나! 바다, 파도라는 단어와 한 문장을 이루어밤하늘의 별자리 같은 아름다운음악을 들려주는 사랑.
사랑이란 단어를 듣기 위해책장을 여는 순간 무거운관 뚜껑이 열린다. 책이 관이라니!긴 호흡기관의 층계를 올라오는숨소리. 정체 모를 타인의 숨소리와 뒤섞인숨소리의 문장이 들린다.
---------------------------숨소리의 문장이다. 게다가 문장이 들린다고 한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세계를 형광 서치라이트가 가뿐히 지나간 듯, 드디어 이 특별한 문장이 무색투명을 벗어버리고 시인의 예민한 오감에 의해 불려나왔다. 그렇구나! 저 보이지 않는 곳에 삶을 엮어내는 호흡의 문장들이, 순결한 목숨의 살아있는 문장들이 은닉하고 있었던 것이로구나!
채호기 시인은 대구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대전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1988년『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슬픈 게이><밤의 공중전><지독한 사랑><수련><손가락이 뜨겁다>)가 있다.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지혜 시인>
<신지혜 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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