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시인선 0135 안숭범 시집 [티티카카의 석양]
사랑과 시에 관한 오랜, 청춘을 투과해 온 참담하고도 투명한 개종의 고백
[시인의 말]
너의 눈 속에 마지막으로 잠겼다, 다시 들어갈 수 없는 곳엔 유일한 표정을 세워야 한다, 이제야 떠나노라, 나를 취하게 했던 티티카카의 석양, 그 후 많은 표정이 다녀갔으나 한 표정을 이기지 못했다, 혁명 이후의 모놀로그, 그 안에 살다가 시인이 됐다, 그때 찾아온 가난은 형형색색이었다, 나의 방랑은 늘 이길 수 없는 문장에 접안하고자 했다, 다른 경계를 그리고 간 무수한 너, 아니, 아직 우리의 비무장지대에 사는 내연(內緣), 아니, 그 안을 비집고 들어간 세상에서 가장 가늘고 긴 바늘, 그것이 나를 통과해 반짝 너를 향할 때의 희열, 그때마다 목격되는 저 깊은 퇴적층 속 불굴의 그리움, 그 희열의 자식들…… 한번쯤 통화 불능 지역으로 가 울어야 한다, 궁금했던 것으로 진짜 궁금했던 것을 대신해 온 시간에 관하여, 이 미시적인 것, 그 비시(非詩)적인 것에 살기 위해,
당신을 그리워하며, 안숭범
[약력]
안숭범 1979년 광주 출생. 2005년 [문학수첩] 등단. 2009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최우수 신인평론상 수상. 경희대 국문과 학술연구교수. 스토리텔링연구소 ‘상상유목’ 공동 대표. 대안 문화아지트 ‘릴리랄라’ 운영 참여.
[추천글]
여기 사랑과 시(詩)에 관한 오랜, 청춘을 투과해 온 참담하고도 투명한 개종의 고백이 있다. 누구는 지금도 아파하는 저녁, 비로소 시인은 사라진 것들, 오지 않을 이름들, 어쩌면 미리 추억했어야 했을지도 모를 사연들을 일일이 호명하고 각인한다. 그리고 스스로는 이길 수 없었던 문장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능욕의 시간을 향해 유일한 저만의 표정을 세워 간다. 그토록 오래 빌려 쓴, 매서웠던, 되뇌고픈, 엎질러진, 잊힐 문장들이 “어떤 불편은 시인의 낙인”(「극지 고고학 1」)이기라도 하다는 듯이 시집을 가득 메우고 있지 않은가. 그가 시인인, 그리고 시인이고자 한 까닭도 바로 이 불편한 문장들과 무수하게 반복 누적되는 저 쉼표들 사이에 있을 것이다. 이렇게 최후의 그리움을 받을 자격으로 가 닿은, 밝고 희고 깊은 뼈마디로 빛나는 “종결된 문장”(「심야 할인」)들로, 우리 시단은 한동안 섬세하게 출렁이지 않겠는가.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안숭범의 시 속에서 세상 풍경은 절반쯤만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절반의 풍경이 은폐하고 있는 것은 세속 도시에서 상처 받은 한 순례자의 영혼이다. 시인의 영혼은 제 상처를 붙안고 도심의 폐허들을 누빈다. 그러나 상처로 긴 울음을 우는 것은 세상의 풍경이 아니라 마구 파헤쳐진 시인의 내면이다. ‘그대’라는 비인칭의 대명사를 통해서 흘러나와 상처를 재확인하는 과정, 그 속에서 시인은 영원히 유배된 불면의 주인공이 되어 이별의 순례를 떠난다. 안숭범의 시어들은 애도의 불가능성을 이별의 포즈로 발화한다. 이것이 그의 시편들이 유독 아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이다.
―고봉준(문학평론가)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티티카카의 석양
012 칠흑(漆黑)
013 축전(祝電)
015 멈춤에 붐빈다
016 흔들림
017 내륙 저지대로 산발적 비
018 전염
020 당신과 나의 8월 22일
021 결빙의 무늬
023 접속증후군
025 돌멩이와 무작정의 세월
027 낭만과 기만에 대한 사적(私的) 탐색
029 더블락스핀
033 외뿔소자리
035 토스카 제3막―별은 빛나건만
제2부 네루다의 오후
038 휴야(休夜)
040 가고, 또
042 도미노 트리플치즈콤비피자 L
043 평등한 생애
044 귀로(歸路)
045 유약한 라디오와 개종(改宗)의 세월
047 기아(奇兒)
048 동창회
050 극지 고고학 1―학습장애아교육
052 극지 고고학 2―철근콘크리트 공학 및 실습
053 극지 고고학 3―사회복지학 보론(補論)
055 극지 고고학 4―인간행동과 사회환경
057 극지 고고학 5―생활예절의 실제
059 공평한 우생학
061 문명 속의 불만
062 문명 속의 불만 2
063 나무 십자가
제3부 마티스의 팔레트
066 침식
067 푸코의 농담
069 득세하는 징후
071 능선을 등진다
073 묵시(默詩)
075 무중력
076 변종 인간,들
077 신드롬
079 나를 옮겨 놓은 건 누구였을까
081 검은 옷
082 주름
084 클로노스의 오솔길
085 아픔을 들킨다
087 선처(善處)
089 이문재의 구두
090 맥거핀(MacGuffin)
091 영원과 하루
제4부 고다르에게서 죽은 시간
096 수세기의 개연성
098 미열
100 남풍
102 심야 할인
104 오래된 신비
106 20±1세기 소년―무방향 일기
해설
019 김춘식 ‘누구나’와 ‘누군가’의 익명성 속에서, 문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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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숭범 시집/ 문학(시)/ 신사륙판(B6)/ 120쪽/ 2012년 4월 6일 출간/ 정가 9,000원
ISBN 978-89-6021-166-7 04810/ 바코드 9788960211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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