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도끼- 정병근 시집 (시작시인선 0332)
❚신간 소개 / 보도 자료 / 출판사 서평❚
정병근 시인의 시집 『눈과 도끼』가 시작시인선 0322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8년 『불교문학』으로 등단하였고 2001년 『현대시학』에 「옻나무」 외 9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오래전에 죽은 적이 있다』 『번개를 치다』 『태양의 족보』가 있으며, 문단으로부터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제1회 지리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 『눈과 도끼』에서 시인은 명멸하며 향진하는 빛다발 속에서 돌연 하나의 색과 모습을 띠고 우연과 필연의 인과에 관여하는 ‘눈’을 ‘도끼’에 비유한다. 눈이라는 ‘미지의 도끼’로 폐허가 도사리고 있는 삶의 순간들을 찍는 행위는 곧 시인이 시적 순간을 포착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찍는 행위는 다의적 의미망을 형성하여 그 자체로 시적 사유의 장이 되며,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 여정이 된다. 시인의 도끼날은 타인을 찍고 가족을 찍고 유년의 기억을 찍는다. 먼 길을 돌아 자신을 찍기에 이르면서 삶과 죽음, 불변과 이변, 고귀함과 비천함, 다정과 무정, 풍요와 빈곤 등 ‘모순’이 혼재된 삶의 진실을 빛나는 시적 언어로 승화시킨다. 그 중심에는 ‘고향’ ‘옛집’ ‘어머니’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수놓아져 있으며, 이미지들은 외따로 존재하지 않고 한데 어우러지면서 시인의 현존을 환원해 들이는 기제로 작용한다. 정병근 시에서 ‘옛집’ ‘어머니’ ‘고향’에 대한 이미지는 해설을 쓴 김진수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시인의 시적 자아가 배태된 자궁”을 상징한다. 시인은 이러한 이미지들을 자신만의 기억술을 통해 복원함으로써 대상의 부재 안에서 존재를 현현顯現시키며, 존재에 대한 기억을 통해 부재를 환기시킨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시적 자아의 기억에 의해 재구성된 ‘기억의 시학’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일상의 삶과 존재에 대한 세밀한 통찰, 그 안에서 얻은 지혜의 내용이 삶의 무의미와 나의 무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삶의 허망을 노래하면서도 허망의 배후에 존재하는 희망을 감지하는 ‘눈과 도끼’는 삶과 존재의 무정과 무심을 웅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시집에 나타나는 허망과 그에 따른 불안의 감정은 고요함과 격렬함이 뜨겁고도 차갑게 포옹하는 자리에 이르러 예상치 못한 희망의 징조를 탄생시킨다.
❚추천사❚
눈과 도끼
사진을 찍는다. 찍는 것은 지나가는 풍경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찍는 순간, 무한 중첩으로 명멸하며 향진하던 빛다발이 돌연 하나의 색과 모습을 띠고 내 앞에 도착한다. 확률의 구름 속을 어른거리던 우연이 필연의 인과를 입고 선명해진다. 나는 너를 찍었다. “차 한잔 할까요? 나라는 타인에게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나의 단일한 기억 속에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내가 모르는 먼 곳에서 예쁘고 무사한 하루를 상심하는 사람아, 부디 내 눈에 들지 마라. 내 눈이 닿는 곳마다 폐허가 도사리고 있다. 내가 카메라로 너를 찍는 것은 도끼로 너를 찍는 것과 같은가 다른가. 나는 찍고 또 찍는다. 그 많은 꽃 중에 하필 너를 찍는다. 나는 눈이라는 미지의 도끼를 가졌다. 137억 살의 눈이 아름다운 너의 모서리를 스친다.
❚저자 약력❚
정병근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불교문학』으로 등단하고, 2001년
『현대시학』에 「옻나무」 외 9편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오래전에 죽은 적이 있다』 『번개를 치다』 『태양의 족보』를 출간했다. 제1회 지리산문학상을 받았다.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돌
돌 13
쓱 14
향하여 15
측백나무 그 별 17
모른다 19
텔레비전이 돌아가셨다 20
거울의 냄새 22
고등어는 나의 것 23
칸나 25
안점眼點 26
무화과 2 28
나를 만났다 29
밥상 31
보내지 않은 말 33
서울이라는 발굽 35
보인다 36
까마귀 38
우화羽化 39
제2부 바퀴
열쇠 43
웅웅거리는 소리 44
그의 책상 46
바퀴 48
생활주의자 49
아내가 운다 51
램프의 사내 53
계곡이라는 계곡 55
다정한 죽음 56
모르는 힘 58
간다 60
더덕 62
벤치의 자세 63
선인善人 65
웃음 2 66
무서운 사람 68
제3부 토크쇼
말 71
북쪽보다 더 북쪽이고 남쪽보다 더 남쪽인 72
인도에 안 가기 74
토크쇼 76
순결한 몽유夢遊 78
숯과 검정 80
보험은 말씀처럼 81
당신 82
안 오는 밤 83
당신을 보는 법 85
눈에 띈 슬픔 87
나와 나타샤와 전화기 88
명랑 90
파안破顔 92
당신에게서 온 문자文字 94
오늘의 시 96
매미의 문장 97
귀하 98
정처 없는 이 눈길 99
제4부 흑점
겨울밤 103
빨간 눈 104
왼손으로 쓴 시 105
사월의 꽃들 107
흑점 108
암흑 110
말이 많다 112
벚나무 집 마당 114
물 밑 115
엄마는 간다 117
뿔들의 사회 119
아버지의 소꿉 121
산도散道 123
구월의 구전口傳 124
물 별 365호 126
형님을 데리고 128
발 앞에 129
강아지풀 위에 쌓이는 눈 130
해설
김진수 눈을 바라보는 별 131
❚시인의 말❚
한 빛나는 다발 속에
내가 찾아진다면 좋겠습니다
별 뜻은 없습니다
❚시집 속의 시 한 편❚
보내지 않은 말
보내기 전에
말은 아름다웠다
부르지 않아도 너는 너였고
말하지 않아도 나는 나였다
말하지 않았으므로 풀들은 우거졌고
나무들은 가지를 쭉쭉 뻗어갔다
바위와 돌들은 제자리에서 충분히 무거웠다
보내지 않은 말은 어둠과 같아서
하늘엔 별의 눈동자들이
초롱초롱하였다
어떤 말도 될 수 있으며
그 어떤 말도 될 수 없는
경계에서 나의 말은 지혜로웠다
내장된 말을 품고
나는 아직 아름답게 접혀 있어
소리들이 먼저
내 귀의 지붕에 비처럼 내릴 때
목젖은 촉촉이 젖고 혀는 달아
아무도 부르기 싫었다
아직 나를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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