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어디쯤 심어 놓은 나무- 노금선 시집
(상상인 시인선 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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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금선 시인은 삶의 체험에서 “시의 깊이”를 발견한다. 기억의 중심에서 언저리로 밀려난 과거도 무언가를 기억하는 순간 현재의 장소로 귀환하고 외부의 자극으로 다시 재생된다. 흘러간 시간도, 현재의 시간도 소중한 한 조각의 퍼즐이라는 것, 사소한 집합 속에 아픔도 생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는다.
“생의 중심”에서 “파동”을 받아 적는 노금선 시인은 일상에서 파생되는 “파장”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며 주변을 돌아본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만들며 주어진 현실을 진솔하게 대면한다. 자신의 삶에 진중하고 진지한 시인이 텍스트로 보여주는 이미지는 “내면에 잠재된 힘”이다.
_ 마경덕(시인)
시인의 말
그림이 시가 되는 날
면사포구름을 뭉치면 당신이 하얗게 뭉쳐지고
먹구름을 뭉치면 당신이 쏟아지듯,
화폭 위로 세 시의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순백의 하양이 사라지면
우리의 화법이 모호해서
하늘 캔버스에 구름의 일생이 펼쳐지고
당신이 내게로 오는 캔버스에는
구름처럼, 구름처럼
2022년 10월
노금선
시집 속의 시 한 편
우리의 바다
잠든 바다
날이 새면 새들은 울음으로
오늘의 목적을 물을 것이다
잠들지 않는 꿈이 꿈에 든 바다를 깨운다
너의 눈망울 속에는 부유하는 물음이 있다
눈꺼풀이 움직일 때마다
파고가 치솟을 때마다
겹이며 홑인, 바다를 도모하는 문장
새떼를 불러 뭉친 수평선을 쪼면
폭우에 흠뻑 젖는 우리의 바다
창살을 쪼아대던 새는
아침의 머리말로
밤새 뒤척이던 불면은
바다로
우리의 결말은 처음부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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