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라는 말, 뜨겁고 멀다 - 고우리 시집
(상상인 시인선 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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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거창한 설계나 희망에 찬 앞날 그리고 모두가 함께 하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고 희망하는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절망을 더 크게 할 뿐이다. 희망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견뎌야 한다.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거울을” 보듯 나의 슬픔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렇게 나와 너를 사랑 할 때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이제 아프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시를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사랑하라, 희망 없이. 그럼 절망은 견딜 수 있을 것이다.”
_ 황정산 (시인·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머문 계절을 읽어 본다
웃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녹아내리는 응어리를 발견한다
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늘 순간이라 답한다
정의할 수 있는 마땅한 단어를 찾을 수 없어
순간이라는 변명에 가두어
모든 순간에 꺼내어 만지작거리다
다시 꼭꼭 숨겨 두고 싶은
모든 나의 모든 순간
엿보기를 허용하기로 하며
슬쩍 손 내밀어 본다
2022년 11월
고우리
시집 속의 시 한 편
곶자왈
울고 웃던 순간들이 뒤엉켜
오늘의 나는 덩굴이 되었다
시간은 때때로 뜨겁게 피어났고
때로는 차갑게 식어갔다
나는 주로 걸었는데
어느 순간 달리고 있었고
갑자기 넘어진 곳에서
며칠씩 통곡했다
어제의 나는 사랑스러웠고
오늘의 나는 한심하다
시작과 끝이 뒤엉킨
모든 나의 모든 순간들이
땅을 딛고 서서 숲을 이루고 있다
곶자왈, 이제 삶이라 부르기로 한다
마침내 우거질 테니까
목차
1부
풀썩,
의연해지는 법
스며듦에 대하여
나는 춥고
아침 일찍 인류의 멸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이
나미비아의 뻔뻔한 물개들
스펙트럼-사랑하는, 해담
구르는 사람의 풍경-원종혁 시인
독, 하다고?
순간접착제가 처음이라면
개인 사유
특별재난구조 시스템
2부
아르마딜로 풍으로
사랑시 다시 읽기
택일의 기준
소유욕의 변형
꽃이 피었다고
이별의 자동화
부겐베리아 엄마
48색의 하늘
신新납량특집
여름밤
할머니의 남자
S#.1 가로등/친애하는 클래식
만병통치밥
3부
전력 질주, 그 후
환몽 그러다 손목
조문
균형
귀여워라, 엄마
땅 위에서
열대야
비켜서기
고민 상담
그런 밤이 있다
꿈을 꾼다
조금 오래된 시
4부
수술실 앞에서
아버지 울다
날것을 먹는 방법
물집이라는 쾌락
입스YIPS
꿈이 있다
목격자 프로젝트
배부른 모기를 찾아서
백색 소음
그래도 괜찮아, 그게 너라면
귤 밭 조각가
명절 풍경
어느 날 정리
처방전
해설 _ 희망 없이 사랑하기
황정산 (시인.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 순천향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시집 『푸른 달의 시선』 『민달팽이 주소록』 『순간이라는 말, 뜨겁고 멀다』
- 충남문화재단 창작지원사업 선정 (2022, 2020, 2019)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코로나19, 예술로 기록 사업 선정 (2021)
- 한국문인협회 천안지부 회원
- 바람시 동인회, 시애화, 시소
woorydu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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