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십 년 전 어느 조용한 일요일 아침 전화가 걸려왔다.수화기를 들자마자 “당신이 의사야” 라고 거칠고도 높은 카랑카랑한 30-40대 여인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부수듯이 튀어나왔다, 누구냐고 뭇기도 전에 “무슨 의사가 그래, 그래서는 안 되지, 내 동생이 천신만고 끝에 겨우 직장하나 잡고 마음 다스려 일 시작했는데 직업을 바꾸라고? 또 왜 환자에게 무안을 주는 거야, 내 동생은 순진하고 자존심이 무척 강한 아이인데 의사가 불친절해도 유분 수 지…….” 마치 속사포를 쏘는 듯 거침없는 말솜씨다. 나처럼 눌변인 사람은 대꾸할 기회도 없이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는 별도리가 없었다.
장황한 불평을 토로한 후 “의사는 친절해야 돼"라고 근엄(?)하게 한 마디하고 찰깍 전화를 끊었다. 황당했다, 아침부터 무슨 날벼락인가?
자기가 누구인가도 밝히지 않았다, 우리 한국사람들 중에는 전화를 걸면서 본인 이름을 너무 아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내 표정은 늘 굳어 있고 잘 웃을 줄도 모른다, 내 특유의 억양 역시 부드럽지 않으며 어떤 경우는 내가 말할 때 듣는 사람이 존댓말을 듣고 있는지 아니면 하댓말을 듣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장의 말씨가 그래서이지 두가지
류의 말을 나는 분명히 구분한다. 이런 저런 것들이 내가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준 것일까?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오늘은 억울하게 당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기억을 정리해보니 그날 본 환자, 이십대 후반의 보통 신장에 체중이 200파운드 정도이며 우체국에서 우편 배달원으로 근무한지 한 3개월 되었고 20-30 파운드의 우편배낭을 메고 거의 하루 종일 걷는다고 했다.
그는 요통을 호소했으며 진찰한 결과, 허리의 압통점과 평발을 제외한 근육, 신경 그리고 골격계통에서 유의해야 할 만한 이상이 없었다, 즉 그의 평발이 요통의 원인이라고 말해주고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옆에서 보는 발의 골격은 이등변 삼각형이며 그 삼각형의 정점에 우리 몸을 올려놓고 그 균형을 유지한다, 빌딩에 비교하면 발은 빌딩의
주춧돌에 비교되며 다리는 그 기둥에 해당된다, 주춧돌이 같은 평면위에 없거나 기둥이 기울어 있으면 결국에는 빌딩이 쓰러지게 된다.
평면위에 설 때 발의 모양이 어느 한쪽이든 양쪽이든 망가져 있으면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며 이는 발목, 무릎, 엉덩이 관절(고관절)의 통증은 물론 퇴행성관절염의 조기 발생의 요인 및 요통과 그로부터 병발할 수 있는 여러 임상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자가 진단 방법으로는 우선 자신이 신고 다니는 신의 바닥을 보면 어느 한 곳이 심하게 닳고 있다면 발의 모양이나 걸음걸이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자신의 체중을 실어 주는 발바닥에 생기는 굳은살의 위치와 그 크기도 중요하다.
마당발(평발)에 체중을 싣고 그 위에 우편물을 메고 장시간 걸어야 하니 발과 허리가 아플 수밖에 없지 않느냐, 치료도 중요하지만 우선
생활환경 및 일하는 방법 즉 실내 데스크 잡(의자에 앉아서 하는 일)으로 바꾸어야 하고 발의 모양을 바로 잡아주는 보조개 착용과 체중조절을 권했다. 직장에서의 근로조건을 바꾸자면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니 가져가라고 했더니 그 환자의 표정에는 불쾌감이 감돌았고 곧이어 내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친절(?)하게도 소견서까지 써준다고 한 것이 본인에게는 혹시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된 것인가 아니면 잘생겼다고 믿었든 발이 찌그러졌다고 해서 자존심이 상한 것인가? 허리가 아픈 사람에게 웬 발타령, 직장타령이 문제였든가?
“내 동생은 내성적이고 사람이 많은 실내를 싫어하며 밖에서 하는 일 좋아하는 데 그 것을 그만 두라하니 말이 되느냐“라고 성토한 그 누이라는 여인의 말이 떠올랐다.
병원이나 의사사무실에 가서 의사를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의사의 설명이 나쁜 예후에 초점이 맞추어지면 겁주는 의사라는 낙인이 찍히기 십상이고 반대로 좋은 예후를 설명하면서 안심을 시키려 노력하면 환자의 문제를 너무 가볍게 취급한다고 야단을 맞는다.아무튼 의사는 친절해야 하며 또 그런 의사가 최고의 의사는 아닐지라도 좋은 의사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의사가 최고의 의사인지 나는 모른다.
Dr.하명훈 (Edward Ha,M.D.,P.C.)
● 하명훈 퀸즈통증재활의학센터 병원장. 시인.
● 재활의학 전문의
● 뉴욕의대 임상 조교수
● 웹사이트: www.painbeater.com
● 한국문학도서관 시인 홈페이지: http://haun.k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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