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길 목사님(필그림 교회)
프란시스 베이커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는 거미와 같은 사람, 개미와 같은 사람, 꿀벌과 같은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거미는 다른 곤충들
이 잘 다니는 길목에 거미줄을 쳐놓고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다가 먹이가 걸려들면 잽싸게 나가서 영양분을 다 빨아먹습니다. 다른 일
은 특별히 하는 것 없이 다른 곤충이 걸려들기만 기다리다가 해치는 것이 거미입니다. 개미는 어떻습니까? 부지런합니다. 열심히 일합니다.
개미들이 파놓은 땅굴을 보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일해서 먹을 양식을 쌓아 놓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나누어 먹는 법이 없습니다.
열심히 살지만 개미들은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입니다. 그런가 하면 꿀벌이 있습니다. 그들은 개미와 같이 부지런히 일합니다. 쉬지 않고 열심
히 꿀을 모아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어 먹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꾼입니다.
예수님의 말씀가운데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는 바로 이 세 종류의 사람이 나옵니다. (누가복음 10장) 어느 한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갑자기 강도를 만나 가지고 있던 물건을 다 뺏기고 거반 죽게 되었습니다. 그 후 그곳을 지나가던 제사장과 레위인은 각기 피하여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한 사마리아인은 그 강도 만난 사람을 치료해주고, 주막으로 데려가 생명을 구해 주었습니다.
이 비유에 나오는 강도는 바로 거미와 같은 사람입니다. 일하지 않고 남의 것을 빼앗아 자신의 이득으로 삼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입니다. 겉으로는 강도와 같이 보이지 않아도 실제로는 거미와 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기가 공부하지 않고 남의 것을 훔쳐보고 좋은 성적을 얻으려는 학생들, 열심히 일하지 않고 남을 속여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상인들, 주어진 권력을 악용하여 자신의 재산을 늘려가는 정치인들,... 모두가 자신의 진실한 노력이 없이 잘 살아보려는 강도와 같은 마음의 소유자들입니다.
그런가 하면 비유에 나오는 제사장과 레위인은 개미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자기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종교인이 되어도, 신앙생활을 하는 것도 결국 자기 자신의 안전과 행복만을 위해 하는 사람들입니다. 강도 만난 자를 그냥 놔두면 반드시 죽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여 피하여 지나가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삶의 모습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이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남이야 어찌되든지 나는 내가 챙겨야 할 것을 먼저 챙기겠다는 사람들입니다. 주변에 어려움과 고통가운데 있는 이웃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혼자 잘 벌고, 잘 쓰고, 잘 믿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여기 세 번째 사람이 있습니다. 사마리아인으로서 인종차별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장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기의 시간과 정성, 물질과 사랑을 내어주는 사람입니다. 우리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어두움을 밝혀주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자녀들이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느냐?”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부모, 어른들이 어떤 삶의 모습을 보여주느냐 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녀들의 미래의 모습은 오늘 우리 부모 자신들의 모습에서 먼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우리 자녀들의 눈에 비추어진 우리들의 모습은 거미, 개미, 꿀벌 이 셋 중에 어느 것과 가깝습니까?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가 되어 진 존재가 아니라 되어져가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너도 가서 이와 같이 하라”고 말씀하신 예수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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