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미국에 살면서 한국에 직접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에 동생이름으로 한국에 은행계좌를 개설해서 그동안 관리해 왔었다. 그런데, 개정된 금융실명제법이 발효되면 이런 차명계좌가 문제가 된다고 해서 동생이 내 이름으로 계좌를 열고 돈을 이체시켰다. 기존에 금융실명제가 이미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제와서 왜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혹여 이 문제가 미국 세법에도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답: 맞다. 한국은 이미 금융실명제법이 존재 했었다. 1993년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도입된 금융실명제법은 홍길동 같은 허명이나 가명에 의한 금융거래를 규제해 왔을 뿐, 양자의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는 허용해 왔었다. 11월29일부터 발효된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런 모든 차명거래를 원칙적으로 금한다는데 있다.
이런 개정안이 나온 이유는 차명계좌가 그동안 탈세와 범죄에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2000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목적으로 가족,
친지 명의로 금융자산을 분산하는 것으로 부터,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서, 또는 불법 도박자금을 숨기기 위해서 등등 여러가지 불법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차명재산은 원칙적으로 명의자 재산으로 간주되고, 실소유자가 그재산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법정소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목적으로 실명제를 위반한 사실이 발견되면 형사처벌 또한 감수해야 한다.
개정안이 가져온 이런 문제들 때문에 서둘러 본인 명의로 금융계좌를 개설한후 자금을 이동시키거나,
아니면 차명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서 보관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충분히 예상된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미국의 납세자에 의해서 행해 졌다면, 미국법에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 (FBAR)를 통해서 미국 세무당국에 차명계좌를 그동안 신고해왔던 사람들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 7월1일부터 시행된 한국과 미국 양국간의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 (FATCA)에 의하여 미국의 납세자가 한국에서 금융계좌를 개설할때 미국의 납세자 임을 명시해야 하고, 한국 국세청은 미국 납세자의 금융정보를 미국 국세청 (IRS)에 넘겨주게 된다.
따라서 더이상 신고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2014년 소득신고 시 양식 8938를 작성하고, 6월30일 까지 해외금융계좌신고도 반듯이 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소득신고 없이 어떻게 이 자금을 세무당국에 설명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자금을 소득으로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방법, 한국에 증여세를 납부하고 미국에도 증여신고를 하는방법, 해외금융계좌를 차명계좌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신고하는 방법, 아니면 그냥 금융자산만 신고하는 방법이나 기타 여러 방법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어떤 방법도 쉽지 않은 선택이 되기 때문에 해외금융계좌 전문가와 세밀한 상담을 필요로 한다.
반대로, 미국 납세자의 재산은 아니지만 한국에 있는 부모나 기타 가족이 미국에 있는 납세자의 이름으로 개설하고 관리해온 차명계좌의 문제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의 재산은 아니지만, 미국 납세자의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이기 때문에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런 차명계좌를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를 통해서 이미 신고한 이민자들의 수도 적지 않다.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발효되기 전에 이런 차명재산을 실소유자인 한국에 있는 가족이 이미 가져갔을 수도 있다.
미국 납세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미국정부에 신고된 금융자산이지만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신고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 많던 금융자산이 어디로 사라졌나고 미국정부가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을 할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세무당국이 증여가 없었나 의심하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