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채 (卜債)
점을 본 대가로 내는 돈을 복채(卜債)라고 하는데, 맨입으로 보면 복이 달아난다고 하여 글자 그대로 복채(福債)가 되기도 한다. 필자도 간판을 올리기 전에는 돈을 받지 않고 무상으로 주위 사람들의 사주를 많이도 봐주었다. 물론 연습 삼아 본 것이지만 행여 직업적으로 사주보는 사람이 될까봐 겁이 나서 일부러 그랬던 것이다. 피차간에 부담이 없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공짜라서 듣기 좋은 말이었는지 잘 맞힌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우쭐대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는데 그럴 때면 역학계 선배들이 다문 얼마라도 돈을 받아야지 거저 점을 쳐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곤 하였다.
설마 했는데 십여 년을 상담해 본 결과 선배들의 말이 옳았음을 알게 되었다. 돈을 내지 않고 공짜로 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심풀이로 생각할 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남은 별의별 신경을 다 썼는데 듣는 측에서 무덤덤하다면 그 수고는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따라서 상담하는 선생도 결과에 무책임해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온 식구의 사주를 실컷 보고는 딸랑 한 사람 몫의 복채를 내놓으면서 “내가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손님 많이 소개할 게요”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손님을 데려오는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필자가 겪은 그동안의 경험이다. 그래서 박도사로 유명했던 박재현 선생은 생전에 ‘무복채 무적중(無卜債 無的中)’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복채가 없으면 점이 적중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곱씹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진다.
복채를 내는 손님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미리 준비한 봉투를 얌전히 내놓으시는 손님, 핸드백이나 지갑에서 돈을 꺼내면서 필자의 눈치를 살피는 손님, 여러 사람 봤으니까 깎아달라고 흥정하는 손님, 현금이 없다고 체크를 써 주시는 손님, 돈이 모자란다면서 외상 하시는 손님 등등 한 마디로 말해서 손님의 인격을 반영한다고나 할까.
복채를 생각하면 절대로 잊혀 지지 않는 손님이 있다. 십여 년 전 사무실을 열고 사흘 만에 첫손님이 찾아왔다. 비 오는 날이라 일찍 들어가려고 책상정리를 하고 있는데 오십대 초반의 남자가 불쑥 들어왔다. 신길동 살던 분인데 얼굴은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명예퇴직을 하였다고 하면서 자신의 팔자가 알고 싶다고 하셨다.
만세력을 펼치고 사주를 적어 나가는데 왜 이렇게 손이 떨리고 심장 박동소리가 내 귀에 크게 들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극도로 흥분했던 것이다. 손님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사주를 설명했는데 머릿속이 온통 하얘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한 시간 넘게 더듬거리는 말투로 겨우 상담을 끝냈는데 손님 하시는 말씀이 복채가 얼마냐고 묻는다. 금액을 말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알아서 주세요’ 그뿐이다.
주머니에서 삼만 원을 꺼내 주시면서 수고비가 적어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내가 오히려 미안하다. 돈값을 못해서이다. 이제 개시를 했으니 앞으로 잘 될 거라고 덕담을 하신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복채를 주시면서 격려의 말씀까지라니 너무나 황송하다. 그 후로 수만 명의 손님으로부터 복채를 받았지만 신길동 아저씨 같은 감격은 없었다.
프로 데뷔 후 첫손님에게 빚진 기억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복채 값을 제대로 하는 사주 선생이 되자는 초심(初心)을 잊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되새긴다. 한 조각 신령스런 마음이 분연히 일어나 무불통신(無不通神)하는 그 날까지 정진 또 정진이다. (운수좋은 집.김동윤의 역학칼럼)
.부산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미주세계일보><워싱턴중앙일보>
<뉴욕중앙일보>에 '김동윤의 역학' 고정칼럼 연재
.도서출판 윤성 대표
.현재 운수 좋은 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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