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뉴스에 따르면 한국에는 명리나 점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강의실이 붐빈다고 한다. 자기 사주를 자기가 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생긴 현상이라고 한다. 누구에게 물어보기보다 스스로가 어떤 그릇의 소유자인가를 밝혀서 인생항로의 지표로 삼으려는 뜻은 알겠지만 중이 제 머리 깎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신비의 학문인 명리학을 얼마나 공부해야 자신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답변이 어렵다. 개인차가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좋은 선생 밑에서 반년쯤 열심히 공부하면 본인의 사주가 보이고 한 해를 넘겨야 남의 사주를 볼만한 실력이 되겠지만 적중은 별개의 문제다.
사주를 보면 사람의 그릇이 보인다. 우선 그릇의 크기와 용도를 밝혀야 한다. 많은 사람을 거느릴 수 있는 보스인가 아니면 남 밑에서 월급생활이나 하는 참모인가를 살펴야 한다. 세상은 부리는 사람과 부림을 받는 사람으로 엄연히 구분되는 게 현실이 아닌가.
우두머리가 될 사람이 남의 밑에서 일한다면 신명이 나지도 않을뿐더러 그 사람을 부리기도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참모형인 사람한테 큰 조직을 이끌라고 하면 명령체계가 무너져서 배가 산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릇의 용도란 쓰임새 즉, 무엇을 담아 어디에 쓸 그릇인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예컨대 학문을 닦아서 벼슬을 할 인물인가 아니면 학계에 남을 것인가. 혹은 돈을 벌려고 외국으로 진출할 것인가 아니면 국내에서 부동산으로 대성할 것인가. 혹은 예술을 연마해서 순수 예술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연예계로 빠질 것인가를 말한다.
무슨 그릇인지 알고난 다음에는 자신의 운로를 살펴야 한다. 운이 들어오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인데 초년에 운이 좋아 약관에 군수를 하는 사람도 있고 중년까지 고생고생 하다가 쉰 넘어서 출세하는 사람도 있다.
명리의 장점은 운로측정에 있다. 길운이 언제 들어와서 얼마나 머물고 흉운이 언제 오는지 가르쳐 준다. 길운을 만나면 흥하고 흉운을 만나면 패하게 된다. 이를테면 사업할 준비가 다 되어 있어도 운이 없으면 칼같이 접어야 한다.
그게 똑똑한 짓이다. 운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 아무리 사주그릇이 좋아도 운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운세가 약할 때는 한 발 물러나 실력배양에 힘쓰고 때가 왔을 때 세상에 나아가 자신의 포부를 펼쳐야 하는 것이다.
사주그릇이 훌륭하더라도 좋은 운로를 만나지 못하면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므로 적천수에 이르기를 명호불여운호(命好不如運好)라 하였다. 사주 좋은 것이 운 좋은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