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맨해튼에 다녀왔다. 마침 예약 손님도 없고 무료하던 참에 바람이나 쐬시라는 재키 여사의 전화를 받고는 택시를 타고 부지런히 나왔다. 이런 식이 아니면 플러싱 바닥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첫 손님은 60대 초반의 여자 분이다. 사주를 세워보니 갑목 일주가 목화통명(木火通明)으로 보통 재주 있는 팔자가 아니다. 창의력이 있고 표현력이 뛰어나다. 게다가 재물을 깔고 있으니 부자팔자로서 마흔부터 운이 들어와서 40년 대운이다. 체구는 작아도 큰 사업을 할 인물이다. 본인 말로는 젊어서 의류디자인으로 인정을 받았으며, 마흔 살부터 자기 사업을 시작하여 현재 유명한 업체를 운영하고 있단다.
그러나 남편 복이 없다. 사주에 상관(傷官)이 왕성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상관이란 관을 상하게 한다는 뜻이다. 여자 팔자에서 관이란 남편을 말한다. 따라서 여자 팔자에 상관이 발달하면 남편을 치게 되니, 남편이 하는 일이 잘 되지 않거나 일찍 죽을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과부팔자라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찍 남편을 잃고 재혼을 하였는데 금슬이 좋지는 않다. 내 팔자려니 하시고, 앞으로는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시라고 조언을 하였다. 호텔이나 빌딩으로 큰돈을 벌 것은 불문가지이다.
다음 손님은 식당을 하시는 분이다. 점괘를 뽑아보니 손재수가 잔뜩 끼어 있다. 돈 손해가 많다는 말이다. 돈이 새고 있으니 금전거래에 조심하시라고 하였더니 그게 문제가 아니다. 되는 일도 없고 몸도 아파서, 점을 잘 본다는 누구한테 갔더니 죽을 수가 들어왔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부터 밥맛도 없고 몸도 더 아파서 이러다가 진짜 죽을까 싶어서 걱정이 태산이다.
혹시나 하고 다시 점괘를 뽑았지만 죽을 수는 없다.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설령 흉한 수가 나오더라도 대놓고 죽는다는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쉽게 죽지 않으니 제 점괘를 믿고 안심하시라는 말을 거듭 드리면서 손님의 눈을 살펴보니 정상이 아니다. 눈이 풀어져 있고 기운이 새는 게 예사롭지 않다.
눈은 영혼이 통하는 문이다. 관상의 9할은 눈이 차지한다. 기운이 밖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우선 안경을 쓰실 것을 권했다. 눈을 보호하는 의미이다. 그리고 눈에 좋은 당근이나 토마토, 딸기 등을 많이 드시고, 눈 주위를 지압으로 눌러 주실 것도 말씀 드렸다.
다음에는 술집을 하시는 손님이다. 법 없이도 살 양반 팔자인데 멀리 이국 땅에서 힘든 장사를 하고 있다. 부친이 공무원이셨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한다. 올해는 장애가 많아서 번거로운 일이 많겠지만 내년부터는 상승세를 타면서 새 문서를 얻을 운이다. 다만 부인의 건강이 염려되는바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사람 좋은 얼굴 덕에 장사는 잘 되겠지만 술을 절제해야 된다고 말하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부동산 중개를 하시는 손님도 있었는데 대뜸 하시는 말씀이 필자더러 맨해튼에 사무실을 내라고 하신다. 써브로 들어가면 임대료도 비싸지 않다면서 자기가 알아보겠다고 하신다. 생각해 보겠다고 해놓고 돌아오는 차속에서 슬며시 점괘를 뽑아보니 역시 아직은 아니다. 욕심은 나지만 때가 아니다. 혼자 조용히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