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悲報)가 날라 들었다. 메릴랜드에 사는 미세스 리의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이다. 8월초에 상담할 때 남동생 얘기를 많이 했었다.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인데 되는 일이 없다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누나는 큰 아쉬움 없이 잘 살고 있지만, 동생은 나이가 서른 여덟인데 아직 장가도 못가고 벌이도 신통치 않으니 누나로서는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청천벽력과 같은 사망소식을 듣고 뉴 저지에 있는 동생네 집을 가보니, 경찰은 이미 자살 사건으로 결론을 짓고 있었다. 자기 방에서 머리에 총을 맞은 상태로 발견되었으며,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으니 단순 자살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평소 동생의 성격이 끔찍한 일을 저지를 정도로 모질지도 않고, 자살을 할만한 뚜렷한 이유도 없는 도저히 납득할 수없는 죽음 앞에 누나는 망연자실이다.
이웃 사람들도 만나보고 직장 동료들도 만나 보았지만 최근 동생의 행동에 수상한 흔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우울증을 앓지도 않았다. 혹시 타살을 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장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다가 필자에게 물어 보려고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전번에 상담할 때 8월이 동생에게 안 좋으니 조심해야 된다고, 납작 엎드려 있어야 한다고 필자가 말했단다. 몸에 칼을 대든가 피를 볼 수 있으니 8월말까지는 꼼짝 하지 말라고 해서 동생한테도 몸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는데 이런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점괘를 뽑아보니 크게 흉하다는 말만 나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타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씀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동생의 사주는 일견 멀쩡하다. 요절할 팔자로는 보기 어렵다. 사주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안타깝게도 운이 거꾸로라서 출세하기는 힘들다. 타고난 팔자에 운이 없으니 혼자서는 힘에 벅차고 장가를 잘 가서 마누라 운이나 바라보아야 할 처지이다. 물론 중년이후에 기대할 사항이다. 그저 젊어서는 욕심을 버리고 얇고 길게 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정작 문제는 사주에 살(殺)이 많다는 것이다. 살이란 흉신(凶神)을 말한다. 흉살 중에서 축술미(丑戌未) 삼형살(三刑殺)을 모두 갖추고 있다. 사주팔자에 형살이 있으면 관재구설이 분분하고 형액(刑厄)을 당하기 쉽다. 형액이란 수술,교통사고,화재,총상,화상,음독,수옥생활 등을 말한다.
사주에 형살이 있다고 해서 항상 형액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운에 따라서 흉한 작용이 가벼울 때도 있고 강력하게 나타날 때도 있는데, 이것은 순전히 팔자소관이다. 동생의 경우는 불행히도 운로(運路)에서 형살이 겹쳐서 들어왔다.
아무리 무서운 흉살이라도 하나 둘 정도는 견뎌 보겠지만 셋 이상이 덤비면 영락없이 당하게 마련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8월에 형살이 잔뜩 몰려서 몸을 치는 점괘가 나왔다. 그래서 필자가 경고를 했던 것인데, 결국에는 흉살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름에 살풀이를 하자고 떼를 썼을텐데 후회막급이다. 설마 하는 마음에, 무엇 보다도 부담을 주기 싫어서 흉살을 풀어내자는 말을 못했던 것이다. 참 어지간히도 복이 없는 팔자가 아닌가. 마흔도 못 살고 가면서 자식은커녕 장가도 못 갔으니 오죽이나 한이 많을까. 이제라도 망자의 넋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인도하는 천도재를 지내주면 좋으련만 받을 복이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