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이름
뉴욕에 폭설이 내렸다. 아침나절 내내 눈을 치우고 소금을 뿌리느라고 부산을 떨었다. 손님이 없어서 하루 종일 논어(論語)를 끼고 살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나고 정감이 더해지는 게 고전이다 하물며 공자님 말씀이야 말할 나위가 없다. 저녁을 먹고 뉴스를 보는데 중년 부인이 찾아왔다. 도로에 아직도 눈이 많이 있는데 어떻게 운전을 했나싶다.
책상을 마주보고 앉으면서 급한 일이 있으시냐고 물었더니 그냥 봐달라고 한다. 사주를 세워놓고 보니 정화(丁火) 일주가 매우 강하다 그러나 관성(官星) 즉 남편자리가 약하다. 다시 말해서 남편 밥 먹기 힘들다는 말이다. 게다가 일시(日時)가 상충(相沖)이라 부부가 불화하고 이별수가 있는 팔자이다. 이별수란 이혼이나 사별을 모두 포함한다.
보이는 대로 죽 말씀을 드렸다. 성격이 급하고 고집이 세지만 독기가 부족해서 결단력이 부족하다. 돈은 벌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자꾸만 새고 주위 사람들이 뜯어간다. 남편 복이 없고 독수공방 팔자이다. 도화살이 중중하므로 삼각관계로 고민한다 등등.
요즈음 점집을 순례하고 있다면서 심경을 토로한다. 어디라도 가서 말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고 한다. 몇 달째 일도 하지 않아서 경제사정이 형편없지만 일도 하기 싫단다. 그러면서 남자친구의 생년월일을 내놓는다.
짐작대로 연하이고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궁합이다. 그런데 남자팔자가 가관이다. 온통 풍지박산이고 되는 게 없는 팔자이다. 왜 이렇게 골치 아픈 작자를 만나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인줄 잘 알지만 그래도 마음이 끌리는 걸 어떡하냐고.
이십년 전에 유학하는 남편을 따라 미국에 왔다. 남편을 대신하여 집안 살림을 도맡았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남편은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았고 여자는 손톱 일을 배웠다. 남편은 중도에 공부를 그만두었지만 여전히 컴퓨터만 끼고 살았다.
무능하고 뻔뻔스런 남편을 향해 남들이 욕을 해도 여자는 남편을 거들었다. 애 아빠이기 때문이다. 네일 가게를 차리고 억척스럽게 일을 한 탓에 집도 사고 땅도 샀다. 그래도 남편은 밥벌이를 하지 않는다.
십년쯤 된 일이다. 남편이 서울에 다니러 갔을 때 다른 여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소문은 있었지만 증거가 없어서 참고 있었는데 장본인을 전화에서 맞닥뜨렸다.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전화를 하였는데 웬 여자가 수화기를 들었다. 미국에서 전화가 왔다면서 남편을 바꿔주는 폼이 여간 자연스럽지 않았다.
다음날에 전화를 걸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일로 남편과 대판 싸움을 하였다.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내가 죽을 고생으로 뒷바라지를 했건만 내게 이런 식으로 갚을 수 있나. 이혼 이야기가 바로 나왔지만 아이 문제로 의견이 대립되었다. 서로 양육권을 고집하는 바람에 이혼은 일단 보류하기로 하였다.
여자는 밖으로 나가서 남자를 찾기 시작하였다. 육체상대가 아니라 머리를 기대고 의지할 상대가 필요하였다.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한 남자를 만나서 사랑하였다. 여자를 챙겨주는 남자의 손길에 쉽게 무너졌다. 남들의 눈을 개의치 않고 바람을 피웠다. 시간이 흘러 삼류영화처럼 남자는 돈을 요구하였고 여자는 돈을 주었다. 돈을 받은 남자는 여자를 떠났고, 여자는 다른 남자를 만났다.
남편의 사주를 봐주겠다고 하였더니 알고 싶지 않다면서 끝내 사양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이혼수는 없다니까 잘 알고 있다면서 아이를 포기할 수 없단다. 한 남자의 여자로서는 실패하였지만 엄마의 자리는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김동윤 역학 전문가
.부산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미주세계일보><워싱턴중앙일보>
.<뉴욕중앙일보>에 '김동윤의 역학' 고정칼럼 연재
.도서출판 윤성 대표
.현재 운수 좋은 집 대표
.전화 347-732-9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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