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운수에 관재수가 들었으니 매사 조심하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관재수란 사전적인 해석으로는 관청으로부터 재앙을 받을 운수를 말한다. 쉽게 말해서 경찰서나 법원에 갈 일이 생기면 관재가 발동했다고 보는데 민,형사 소송은 물론이고 넓은 의미로는 병이 생기거나 사고가 났거나 남과 다투거나 교통딱지를 떼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어쨌든 나를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놈이 관재수인데 한번 몸에 붙으면 성가신 일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마련이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하지 않는가. 재앙은 번번이 겹쳐서 일어나고 좋은 일은 한번으로 끝나는 게 세상사일진대, 인생살이에 웬 관재수가 이리도 많은지 갖은 고통으로 잠 못 이루는 중생들이 많기도 많다.
타고난 사주팔자 자체에 관재수가 많은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사주가 지나치게 강하면 속성속패하기 쉬우므로 운이 좋을 때는 승승장구하다가 일단 운이 꺾이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형국이니 관재를 당하면 졸지에 세숫대야 하나 없이 망해 버린다. 거꾸로 사주가 지나치게 약하면 항상 눌러 지내는 신세이다 보니 몸도 약하고 바람 잣 날 없는데 조그만 관재에도 집안이 뒤집히게 된다. 또한 사주에 편관(偏官)이 많거나 충(沖)이 많거나 형살(刑殺)이 많으면 각종 관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세상을 살다보면 크든 작든 갖가지 형태로 관재수를 만나고, 일반적으로 들어오는 때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동짓달에 관재수가 예상된다고 하면 세상없어도 동짓달에는 만사 조심해야 한다. 술을 삼가고, 밤길을 피하고, 시비를 가리지 않고, 다툼이 있어도 재판소에 가지 않고 합의를 보는 등 신중하고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관재수를 안 들어오게 하는 방법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대답은 부정이다. 관재수를 감기라고 친다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을 방법은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감기가 예상될 때는 평소보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밤공기를 피하고,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면서 몸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현명하다. 그래야 설령 감기에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게 된다. 반대로 자기건강을 과신한 나머지 감기를 우습게보면 독감으로 끙끙 앓거나 폐렴으로 번져서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를 당할 수 있다. 예방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말은 관재수에도 해당된다.
지난 해 5월에 관재를 상담하러 오신 분이 있었다. 전 재산을 들여 구입한 상가건물에 하자가 생겨서 전 주인과 소송을 붙은 것이다. 2년을 넘게 끌어오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졌고 소송비용이 엄청나서 패소하면 파산할 지경이었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피골이 상접하고 눈 밑이 푹 꺼져서 중병환자로 보일 정도였다.
점괘를 뽑아보니 승소였다. 8월이면 모든 게 해결될테니 아무 걱정 말고 밥이나 많이 드시라고 위로했던 기억이 난다. 어제 아침 불쑥 그 분이 찾아오셨다.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얼굴에 살이 오르고 눈에 빛이 나서 딴 사람인줄 알았다. 관재가 무섭긴 무서웠던 모양이다. 다행히 8월말 재판에서 이겨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고, 그 돈을 어떻게 썼으면 좋을지 상의할 겸해서 선물을 사갖고 오신 것이다. 돈이 참 좋긴 좋구나 새삼 느끼면서 오늘 같은 날이 날마다 있기를 기도한다. (운수좋은 집, 김동윤의 역학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