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업(口業)
사주선생 또는 점쟁이는 혀끝에 칼을 달아야 한다고 그래야 손님이 모인다고 말들 하지만 내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를 찾아왔는데 거기에다 대고 ‘당신은 살 길이 없소’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반대로 사주가 아무리 좋아도 듣기 좋은 말만 해줄 수는 없는 법이다. 경계의 말을 빼놓지 않는 게 우리네 사명이다.
“무슨 말씀이라도 괜찮으니 다 말해 주세요. 나쁜 건 하나도 빼놓지 말고요” 상담을 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다. 특히 젊은 여자들이 그렇다. 어디서 나쁜 소리를 꽤나 들은 모양인지 목소리에 힘이 없다. 지금 처지가 딱해서 앞이 캄캄하거나 또는 화류계에 종사하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내가 뭐라고 몇 마디 하면, “팔자가 세다는 말씀이네요”라고 하면서 한숨을 내쉰다.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두 번 세 번 결혼은 물론이고 남편한테 구박받고 자식복도 없는 게 눈에 빤한데 그대로 말을 해줄 수는 없고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그게 고민이다.
손님이 이십대 초반이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더욱 모른다. 앞길이 구만리인데 어린 나이에 감당이 될까 싶어서다. 나도 처음 간판을 올렸을 때는 잘 맞힌다는 칭찬에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읊었지만 이제는 나이를 먹고 시집갈 자식을 둔 입장이 되고 보니 돌려서 말하느라고 머리가 아프다. 풍파에 시달리는 팔자를 좋게 말할 수도 없고 흉한 괘를 길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직설적으로 표현하든 돌려서 말하든 결국은 같은 얘기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리말이 어려워서 ‘아’가 다르고 ‘어’가 다르다. 말하기에 따라 듣는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으로 누워있는 환자의 부인이 찾아와서 물을 때 매우 흉한 괘가 나왔다고 치자. 어떤 용한 이는 ‘당신 남편 죽어’라고 말하겠지만 내 입에서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실력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죽는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점괘는 좀 좋지 않은데 사람목숨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결국에는 하늘에서 알아서 할 일이니 기도할 밖에요.’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 딴에는 그게 전부이다. 아픈 사람을 고치지는 못하더라도 산 사람을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말기암환자가 왔을 때 ‘당신 한 달도 못살아’하면 한 달은커녕 열흘도 못사는 게 우리 인간이다.
말은 이렇게 해도 나도 말실수를 한 적이 제법 있다. 우리네들이야 워낙 직성이 강해서 말이 불쑥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한번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고 업장이 하나씩 늘어날 뿐이다. 말로 먹고사는 인생이라 구업을 면하기는 어렵겠지만 다음 세상을 생각하고 자식을 위해서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나는 전생에 무슨 업을 쌓아서 그런지 모르겠다. (운수좋은 집. 김동윤의 역학칼럼)
김동윤 역학 전문가
.부산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미주세계일보><워싱턴중앙일보>
<뉴욕중앙일보>에 '김동윤의 역학' 고정칼럼 연재
.도서출판 윤성 대표
.현재 운수 좋은 집 대표
.전화 347-732-9232
.이메일 jaemakim@yahoo.com
Contact Us : 고객문의센터, Tel: 대표 201-674-5611
E-mail: newyorkkorea77@gmail.com, newyorkkorea@naver.com, 빠른카톡상담ID : newyorkkorea
미국최대 대표포털 뉴욕코리아는 미국법률변호사고문 및 미국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컨텐츠 및 기사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c) New York Korea, INC. News Media Group in US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