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 한 분이 전화로 문의하셨다. 평소에 필자의 글을 애독하신다며 자신의 운명이 몇 살에나 끝나는지 알고 싶다고 하신다. 정말이지 궁금하고 심각한 심정이다. 연세 드신 분들은 누구나 공감하리라. 그러나 애석하게도 필자의 재주로는 알 수가 없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인간이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님을 설명하면서 양해해 주실 것을 거듭 부탁드렸다.
사주팔자를 분석하면 사람의 수명을 가늠해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괄적인 것이다. 개별적인 사주를 놓고 몇 살까지 살 수 있겠나를 추산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중화(中和)를 이룬 사주라면 장수할 팔자라고 말을 할 수는 있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때로는 사주가 신약하고 흉살이 여럿 있는데도 오래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2005년 당시에 93세 이셨던 어른이 여태까지 필자가 상담한 분 중에서 가장 고령이다. 경성의대를 나오신 김 박사님이다. 몸은 많이 말랐지만 손수 식사도 해결하시고 외출시에는 운전도 하시는 등 건강이 양호하셨다. 특히 옛날 일을 그대로 기억하고 계셔서 해방 전 우리나라의 실정을 알기에 안성맞춤이었다. 1930~40 년대의 전설적인 술객인 전백인 선생한테서 평생사주를 받은 일화를 말씀하실 때 필자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김 박사님은 어려서 공부는 잘했지만 병약하였다. 결국 폐를 앓아 고등학교를 일 년 쉬게 되었다. 학교도 못가고 집에서 골골하는 자신의 처지가 하도 딱해서 장안에서 쪽집게로 유명한 전백인 선생을 찾아 갔다.
전 선생이 말씀하시기를, 나중에 의사가 되겠으며, 몇 살에 장가를 가겠으며, 자식은 몇을 두고 그리고 미국에 가서 이름을 날리겠다고 예언하였다. 돌이켜 생각하면 거의 맞혔는데 수명은 전혀 아니다. 몸이 약해서 환갑을 살기 어려운 단명팔자라고 하셨다.
김 박사님의 사주는 매우 신약하여 약골을 면하기 어렵지만, 본인 스스로가 매사에 무리를 하지 않고 조심하며 무엇 보다 섭생에 열심이었다. 술 담배를 멀리하고 평생 소식(素食)을 하셨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장수하신 비결이 된 셈이다. 어려서 들은 단명팔자를 모면하려고 부단히 애를 쓰셨다고 한다. 직업이 의사인 것도 한몫 하셨으리라.
얼마 전에 다녀가신 뉴저지에 사시는 홍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무토(戊土) 일주가 신약하여 위장이 약하시다. 이십대 젊은 시절에 냉면도 못 잡수실 정도로 소화기능이 약하셨다. 그래서 건강관리에 누구보다 힘을 썼다고 한다.
현재 85세이지만 노익장이다. 매일 자전거타기와 수영을 해서 근력도 대단하다. 게다가 십여 년 전부터는 쑥뜸을 하신다. 선천적으로 냉한 체질을 불로서 다스리는 것이다.
오행의 상생법칙에 따르면 화(火)가 토(土)를 생(生)한다. 다시 말하면 약한 토를 살리려면 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원리를 아셨든 모르셨든 뜸으로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니 회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젊어서 요절하는 팔자는 분명히 있다. 장년기의 돌연사도 팔자 탓이다. 그러나 노년의 수명은 양생에 달려있다. 자신의 건강을 얼마나 챙기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남이 효과를 봤다고 금방 따라해서는 안 된다. 사주로 살펴본 자신의 체질에 따라 운동도 해야 하고 먹는 것도 가려서 먹어야 한다.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섭생하면 백세청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