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목사가 길거리에서 노숙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렌트비가 없어 쫒겨난 그를 민박집으로 인도했고 거기서 며칠을 묵게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소개받은 가정 집에 있게 조치해 주었습니다. 그것도 며칠 못갔습니다. 그러던 중 어떤 분이 이 소식을 듣고 도움을 주게 되었고 자기 아들이 살던 방을 내주었습니다. 두 달 정도 그 곳에서 잘 수 있게 되었고 그후에 다른 지역으로 갔습니다.
이 목사님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들었는지 많은 한인노숙인들이 연락을 하게 되고 이 분은 이들을 돕는 일을 사역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안승백 목사님 이야기입니다.
홈리스는 남의 이야기인지만 알았습니다. 길거리에서 혹은 뉴저지로 가는 길목의 조지워싱턴브릿지 근처에서 볼 수 있는 구걸하는 홈리스는 한국사람이 아닌 미국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인 홈리스들이 생겨났습니다.
한국교회에서도 몇몇 교회나 단체가 홈리스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엘머스트의 한 공원에서 뉴욕찬양마을찬양팀이 두시간 이상 찬양하는 가운데 각 교회에서 모인 전도자들이 히스패닉 사람들에게 커피와 빵을 나눠준 일이 있었습니다. 이 불쌍한 사람을 돕기 위해 여러사람이 모이게 되었고 이러한 운동이 플러싱으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길거리의 히스패닉에게 커피와 빵을 나눠주는 사역을 하고 있는 교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인 노숙인'이란 말이 생겼습니다. 무슨 노숙인이 한인이 있단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현실입니다. 노숙인 사역을 하고 있는 안승백 목사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위기사태 이후에 계속되는 경제불황의 영향으로 노숙인이 증가했고 한인노숙인도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가정 파탄으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빚더미에 내몰린 가장들이 갈 곳이 없어 길거리를 배회하다 노숙자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노숙인은 따로 있
지 않고 그룹을 지어 다니는 것 같습니다, 자기주변에 10명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50명이 있다고 합니다. 플러싱에서 아틀랜틱시티나 커네티컷의 도박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들은 눈을 붙이기도 하고 도박하라고 주는 밑천을 용돈으로 삼아 끼니를 해결하거나 교통비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들어 뉴욕의 렌트비를 내기 어려운 것은 뉴욕일원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멀쩡한 사람들도 렌트내기가 벅찬 현실에서 그중에서도 직장을 잃거나 일거리가 없는 사람들은 렌트비를 내지 못하고 가정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어 쫓겨난다는 이야기입니다. 1800불의 투배드룸에 6명이 300불씩 내어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두명은 자기 분담분을 내지 못해 쫓겨났습니다. 이런 일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고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현재 뉴욕시와 각종 비영리 단체에서는 나름대로 홈리스쉘터를 운영해 오고 있지만 한인들은 영어가 잘 되지 않고, 문화적인 차이로 쉘터에 적응하지 못해 또 다시 길거리로 내몰린다는 보고입니다
한인 노숙인들은 노숙을 수치스럽게 여겨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경향이 있고, 낙담과 절망에 빠진 자포자기 상태에서 알코올과 마약, 도박, 범죄에 쉽게 빠져들게 되며 심지어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인교회는 이러한 사람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된 것 같습니다. 만일 교회에 이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들어오면 교인들은 겁을 지레먹고 슬슬 피하게 됩니다.
저도 10년 전쯤에 외국인 홈리스가 교회에 들어온 것을 본 일이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맞닥뜨리기가 싫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어디론가 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담임목사님은 그 분을 아는 듯, 인사하면서 등을 두드리며 용돈을 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믿음좋고 열정있는 예비목회자시절의 자화상입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강단에서는 그 사람이 예수님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게 되는 케이스입니다.
외국인 홈리스사역의 자원봉사를 해 온 배영란 권사에 따르면 외국교회들 중에는 홈리스들을 저녁에 재워주고 아침에 커피와 빵을 주는 교회가 많이 있습니다. 아침식사 후에는 교회를 떠나 외부에서 일을 하거나 잡(Job)을 구하거나 구걸을 합니다. 저녁이 되면 다시 교회로 돌아옵니다. 한국교회들은 교회마다 상황이 달라 이런 사역을 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직접 돕지 못한다면 이 사역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나 목회자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노숙자들을 가리켜 "게으르기 때문에 노숙자가 된 것"이라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게으른 부랑자들을 위해 도움을 줄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의 한인 노숙자들은 불가항력적인 경제적 상황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길거리로 내몰린 노숙자들이 알코올과 마약 도박에 탐닉하지 않고 심지어 자살에 이르지 않도록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먼저 따뜻한 손길로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직간접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로 도울 수도 있고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교회와 교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길 때마다 섬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 변호사, 소셜워커 등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섬김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사랑과 헌신으로 섬길 때 노숙인들은 새로운 삶을 살고 기독교인의 사랑을 체험하며 나아가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뉴욕일원에 한인 노숙인을 위한 쉼터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세계선교나눔회(GMA/대표 이사라 선교사)는 최근 계속되는 경제불황으로 한인 노숙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위한 쉼터 마련을 위해 발벗고 나섰습니다. 미주기독교인터넷언론 씨존(대표 문석진 목사)은 안승백목사와 세계선교나눔회의 순수한 사랑과 섬김의 모습을 보고 앞장서서 돕기로 했습니다.
노숙인들이 배고픔에 지쳐 거리에서 떨며 방황하지 않도록 일정기간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해주는 쉼터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안전한 쉼터로 인도해 간단한 식사와 음료 그리고 화장실, 목욕시설을 비롯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그들과 대화하고 상담해주며 직업알선, 정보제공 등을 통해 마음의 안정과 희망을 가지고 재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라고 생각됩니다.
나아가 형편과 여건이 허락되면 기거할 거처를 갑자기 잃은 노숙인을 위한 단기간의 임시거처를 마련해 잠자리를 제공하고 편히 쉴 수 있는 쉘터를 마련해 체계적인 노숙인 사역을 전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의 확보나 렌트 또는 민박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다가오는 4월 7일 오후 7시 플러싱 대동연회장에서는 '한인 노숙인 쉼터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가 열립니다. 누구나 다 힘들어 하는 요즈음 나보다 더 훨씬 어렵고 힘든 처지에 놓여 있는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한인 노숙인쉼터마련 후원의 밤'행사에 뉴욕 한인사회의 범동포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성원을 기대합니다.
문석진 목사(씨존대표/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