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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사람을 쬐다
유홍준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인기척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었다 시멘트 마당 갈라진 틈새에 핀 이끼를 노인은 지팡이 끝으로 아무렇게나 긁어보다가 만다 냄새가 난다, 삭아 허름한 대문간에 다 늙은 할머니 한 사람 지팡이 내려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고 있다 깊고 먼 눈빛으로 사람을 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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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이 남겨진 독거노인의 모습이 적막하기 그지없다. 치열한 생을 지나 노년에 이르러 더욱더 그리운 것은 따스한 인정의 온기를 나누며 말 한마디와 눈빛 한 줄기가 더 간절해지는 것,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인 것이라고 이 시가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 삶의 불기운이 꺼져버리면 생의 의욕과 에너지의 열기도 사그라들고 만다. 그렇다. 인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혹시 외로운 독거노인은 없는지, 다시금 주변을 돌아보게끔 한다.
유홍준 시인은 경남 산청 출생. 1998년『시와 반시』로 등단. 시집으로 <상가에 모인 구두들><나는, 웃는다>가 있으며, 윤동주문학상, 시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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