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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조문(弔文)
안도현
뒷집 조성오 할아버지가 겨울에 돌아가셨다. 감나무 두 그루 딸린 빈집만 남겨두고 돌아가셨다
살아서 눈 어두운 동네 노인들 편지 읽어주고 먼저 떠난 이들 묏자리도 더러 봐주고 추석 가까워지면 동네 초입의 풀 환하게 베고 물꼬싸움 나면 양쪽 불러다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심판 봐주던
이 동네 길이었다, 할아버지는 슬프도록 야문 길이었다.
돌아가셨을 때 문상도 못한 나는 마루 끝에 앉아, 할아버지네 고추밭으로 올라가는 비탈, 오래 보고 있다.
지게 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할아버지가 오르내릴 때 풀들은 옆으로 슬쩍 비켜 앉아 지그재그로 길을 터주곤 했다
비탈에 납작하게 달라붙어 있던 그 길은 여름 내내 바지 걷어붙인 할아버지 정강이에 볼록하게 돋던 핏줄같이 파르스름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비탈길을 힘겹게 밟고 올라가던 느린 발소리와 끙, 하던 안간힘까지 돌아가시고 나자 그만
길도 돌아가시고 말았다.
풀들이 우북하게 수의를 해 입힌 길, 지금은 길이라고 할 수 없는 길 위로조의를 표하듯 산그늘이 엎드려 절하는 저녁이다.
*************************이 시로 인해 숙연해진다. 우리 주변에 늘 보이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 그 허전한 구석을 어떻게 메워야 할 것인가. 그가 오가던 길과 그가 만나던 사람들도 이제 그가 퇴장함으로서 모두 허망하게 접혀버리고 오직 남은 자에게 아릿한 추억만 각인된다. 사람이 사는 것도 한 철이며, 눈 한번 깜짝 할 사이 아니랴. 만남과 이별의, 이 지구별 여행이여!
안도현 시인은 경북 예천 출생. 1981년 [대구매일신문]신춘문예 및 1984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당선. 시집으로 <서울로 가는 전봉준><모닥불><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간절하게 참 철없이>등이 있으며. 시와시학젊은시인상,소월시문학상,이수문학상등을수상했다.<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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