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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구름의 율법
윤의섭
파헤쳐 보면 슬픔이 근원이다 주어진 자유는 오직 부유(浮遊) 지상으로도 대기권 너머로도 이탈하지 못하는 궤도를 질주하다 끝없는 변신으로 지친 몸에 달콤한 휴식의 기억은 없다 석양의 붉은 해안을 거닐 때면 저주의 혈통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언제 가라앉지 않는 생을 달라고 구걸한 적 있던가 산마루에 핀 꽃향기와 계곡을 가로지르는 산새의 지저귐으로 때로 물들지만 비릿한 물내음 뒤틀린 천둥소리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한 떼의 무리가 텅 빈 초원을 찾아 떠나간 뒤 홀로 남겨진 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혹은 태양에 맞서다 죽어가고 혹은 잊어버린 지상에서의 한 때를 더듬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져간다 현생은 차라리 구천이라 하고 너무 무거워도 너무 가벼워도 살지 못하는 중천이라 여기고 부박한 영혼의 뿌리엔 오늘도 별빛이 잠든다 이번 여행은 오래 전 예언된 것이다 사지(死地)를 찾아간 코끼리처럼 서녘으로 떠난 무리가 어디 깃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성소는 길 끝에 놓여 있다
---------------------------인간은 구름과 같은 것. 우리가 여행 와 잠시 머무르는 이승의 분분한 시간. 우리 사는 곳이 곧 천지간 부유하는 저 구름과도 같은 중천세계임을 이 시는 갈파한다.'너무 무거워도 너무 가벼워도 살지 못하는' 바로 그 세계. 저 구름의 삶이, 생겨났다 소멸하는 인간의 궤적과 속성을 여실지견(如實之見)하게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윤의섭 시인은 경기도 시흥 출생. 1994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 시집으로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천국의 난민><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이 있으며, 현재 아주대 교수. 21세기 전망 동인.<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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