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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스물 여덟 어느 날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 하지 않겠냐고 찾아 왔다얘기 말엽에 그가 물었다그런데 송 동지는 어느 대 출신이요? 웃으며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싸늘하고 비릿한 유리막 하나가 처지는 것을 보았다허둥대며 그가 말했다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영광으로 생각하라고.미안하지만 난 그와 함께 하지 않았다
십 수 년이 지나 요 근래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내게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으며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에 기대 있고걷어 채인 좌판, 목 잘린 구두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비천한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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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의 모두는 조직으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소속이 어디냐에 달려, 생의 좌표가 달라진다. 무슨 클럽, 모임, 파, 동인 등 어떤 명분으로 끼리끼리 묶이고 이슈와 파벌로 엮여서, 집단적 파워를 발휘한다. 즉 집단은 있으되, 개인이 없다. 흥청망청 하는 동안, 진지한 인생의 성찰과 올바른 자각이 결여된 모순적 사회인 것이다. 오직 겉치레 적인 입지조건들이 마치 전부인양 평가하게 되는 것 또한 이 시대다. 그러니, 대자연의 그 무엇에도 좌우되지 않는 대 자유인의 고귀한 자유를 그들이 또한 어찌 알겠는가.
송경동 시인은 전남 벌교에서 출생하였으며, 2001년『시로 여는 세상』과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꿀잠>이 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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