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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어느 목수의 집짓는 이야기
황학주
기적처럼 바다 가까운 데 있는 집을 생각하며 살았다순서가 없는 일이었다집터가 없을 때에 내 주머니에 있는 집,설계도를 본 사람 없어도집 한 채가 통째로 뜨는 창은미리 완성되어 수면에 반짝였다
나무 야생화 돌들을 먼저 심어밤바다 소금별들과 무선 전화를 개통해 두고허가 받지 않은 채 파도소리를 등기했다하루는 곰곰이 생각하다출입문 낼 허공 옆 수국 심을 허공에게지분을 떼 주었다
제 안의 어둠에 바짝 붙은 길고긴 해안선을 타고다음 항구까지 갈 수 있는 집의 도면이 고립에게서 나왔기에섬들을 다치지 않게 거실 안으로 들이미는 공법은외로움에게서 배웠다물 위로 밤이 솟아오르는 시간 내내지면에 닿지 않고 서성이는 물새들과파도의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했다개가식으로 정렬된 푸르고 흰 책등이마을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바다 코앞이지만 바다의 일부를 살짝 가려둘 정도로주인이 바다를 좋아하니바다도 집을 좋아해 줄 수 있도록짓는 게 기본
순서를 생각하면 순서가 없고준비해서 지으려면 준비가 없는넓고 넓은 바닷가현관문이 아직 먼데 신발을 벗고맨발인 마음으로 들어가는 집,내 집터는 언제나 당신의 바닷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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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마음으로 지은 집이다. 그 재료는 다름 아닌 천혜의 자연이며, 설계도 없이 넓고 넓은 바닷가에 지은 꿈과 환상의 집인 것이다. 여기엔 귀를 찢는 소음이나 쫓고 쫓기는 경주가 없이 오직 고즈넉한 휴식과 정신적 평안만이 머물 것은 물론이다. 온전히 상상으로만 엮은 이 이상적인 자연의 집은 사시사철 마음 주머니속에 있는 바닷가의 집으로써, 그 상상만으로도 너끈히 시원스러운 기쁨을 안겨준다.
황학주 시인은 광주에서 출생. 1987년 시집 <사람>으로 등단.<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갈 수 없는 쓸쓸함>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루시><저녁의 연인들>등 시집, 현 서울여대 겸임교수.
<신지혜. 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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