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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이기철
꽃이 피고 소낙비가 오고 낙엽이 흩어지고 함박눈이 내렸네
발자국이 발자국에 닿으면
어제 낯선 사람도 오늘은 낯익은 사람이 되네
오래 써 친숙한 말로 인사를 건네면
금세 초록이 되는 마음을
그가 보는 하늘도 내가 보는 하늘도 다 함께 푸르렀네
바람이 옷자락을 흔들면 모두는 내일을 기약하고
밤에는 별이 뜨리라 말하지 않아도 믿었네
집들이 안녕의 문을 닫는 저녁엔
꽃의 말로 안부를 전하고
분홍신 신고 걸어가 닿을 내일이 있다고
마음으로 속삭였네
불 켜진 집들의 마음을 나는 다 아네
오늘 그들의 소망과 내일 그들의 기원을 안고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네
----------------------------------이 시로 그대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보라. 생이란 이 지상에서 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일, 함께 눈뜨고 저물어 가는 일임을 이 시는 관조한다. 인정과 신뢰를 나누고, 마음과 마음이 스며들어 무릇 세상 사는 삶의 길은 더 넉넉하고 푸근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과 함께 하기에, 우리의 생은 아름답고 잔잔한 무늬를 그리는 것임을 통찰하게 한다. 이기철 시인은 경남 거창 출생. 1972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낱말추적><청산행><가장 따뜻한 책><정오의 순례><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등 다수 시집, 산문집으로<손수건에 싼 편지>가 있다. 시와시학상, 최계락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대구시문화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 영남대 명예교수.
<신지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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