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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보다-양애경 시집 (지혜사랑 시인선 053)
양애경 시집
양애경 시인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문학박사)했고,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시힘 동인이고, 현재 공주영상대학교 방송영상스피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집으로는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청하, 1988), {사랑의 예감}(푸른숲, 1992),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창작과비평, 1997), {내가 암늑대라면}(고요아침, 2004)이 있고, 2005년 {내가 암늑대라면}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2010--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를 받은 {맛을 보다}는 양애경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며, 가장 극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진 시집이다. 이 세상에는 쓴맛도 있고, 단맛도 있다. 신맛도 있고, 매운맛도 있고, 그리고 짠맛도 있다. 이 다종다양하고 복합적인 맛들이 우리 인간들의 희로애락 속에 녹아들면서, ‘기가 막힌’ ‘일품一品’으로 탄생하게 된다. 슬픔을 요리하고, 기쁨을 요리한다. 고통을 요리하고, 분노를 요리한다. 그는 천재적인 언어의 요리사로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고통을 위로하고 행복을 연출해내려는 강력한 열망을 표현한다.
어릴 적 아버지만 드시던 꿀단지
하얀 자기(磁器) 뚜껑은 끈적끈적
아버지가 찻숟갈로 꿀을 떠먹고
혀를 휘~ 돌려 숟갈을 빨고는
다시 한 숟갈 뜨는 걸 보면
‘더러워라’ 하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혼자 다락에 올라
훔쳐 먹는 꿀맛은
달콤하긴 했지
하긴 꿀은 벌들이 빨아먹은
꽃꿀과 꽃가루를 토해낸 거잖아
침투성이이잖아
아니, 침 그 자체이겠네
키스는,
상대의 침을 맛보는 일
맛을 보고서
‘아, 괜찮네’ 싶으면
몸을 섞기도 하고
몸을 섞는 게 괜찮다 싶으면
아이를 만들기도 하잖아
몸과 몸끼리
서로를 맛보는 일
어차피 침투성이
더러울 것 하나 없겠네
----[맛을 보다] 전문
지혜사랑 53번, 양애경 시집 {맛을 보다}, 도서출판 지혜, 4X6 양장본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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