某月某日의 별자리-황학주 시집(도서출판 지혜,지혜사랑시인선054)
황학주 시집, 지혜사랑 시인선 54 某月某日의 별자리
황학주 시인은 1954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고, 1987년 시집 {사람}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 {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 {저녁의 연인들}, {노랑꼬리 연} 등이 있으며, ‘서울문학대상’과 ‘서정시학작품상’을 수상한 바가 있다.
요즘 젊은 시인들의 난해시와는 다른 ‘매혹적인 애매성’(이광호)으로 한국 서정시에 다채로움을 선사한 시인, ‘제대로 된 연시’(이혜원)를 쓰는 시인으로 평가받는 황학주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표제 시「모월모일의 별자리」를 비롯한 52편의 시가 실렸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에 시인은 미학주의자의 촉수를 뻗어 한층 원숙해진 ‘시간’과 ‘생의 흐름’과 ‘사랑’에 대한 명상을 펼쳐보인다.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이숭원은 ‘허무주의와 미학주의의 찬란한 융합’을 보여준다고 말하면서, “고독한 인간의 축도를 이처럼 모호하면서도 매력 있는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황학주의 장기다.” “그 몽롱한 아름다움은 지금껏 누구도 성취하지 못한 애매성의 미학을 창조한다.” “뚜렷한 형상을 매개로 하여 생에 대한 명상을 더욱 선명하게 펼쳐 보인다”고 이번 시집을 평했다.
알전구가 나간/ 찬 방 안에/ 파도소리 아물 때까지/ 별이 빛났다// 한때 손이 닿던 기억들은/ 별자리 속에/ 나뭇결만 남은 것처럼/ 높이, 어두운 채로 / 반질거린다// 내가 굴복하기 전에/ 이미 내 마음을 읽은 사랑들/ 사랑했다 하여도 / 떨어져서 빛나야 했을 당신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위해/ 일생 속으로 울었을 어머니의 도시들/ 똑같이 나눌 수 없었던 밥의 슬픔들까지// 오늘 저 별자리의 독거, / 눈물 많이 지나가/ 물때자국 선명한 / 이 모든 某月某日----[某月某日의 별자리]전문
이처럼 황학주는 아프리카의 비극적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도 언어의 미학을 빚어내려 노력한다. 이것은 그의 미학주의의 관성이 지속적으로 생동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천성의 고독 속에서 독거의 몸부림으로 그는 미학주의의 심연을 파헤친다. 자신의 생에 대한 성찰이건 가슴 아픈 연애에 대한 상념이건 삶의 비극적 국면에 대한 연민이건 그의 천성에 도사리고 있는 미학주의의 촉수는 미다스의 손처럼 모든 대상을 몽롱한 심미적 영상으로 변환시킨다. 그리하여 그 몽롱한 아름다움은 지금껏 누구도 성취하지 못한 애매성의 미학을 창조한다. 그 때문에 그의 시는 몽롱한 성채의 우울한 독거 형식을 취한다. 설사 시의 칼날에 가슴이 베인다 해도 그 황홀한 몽상의 매혹이 있으므로 고독한 시의 유미주의자에게 미련은 없으리라.
----이숭원 문학평론가, 서울여대 교수
지혜사랑 54번, 황학주 시집 {某月某日의 별자리}, 도서출판 지혜, 4X6 양장본 값 10.000원
[ⓒ 뉴욕코리아(www.newyorkkorea.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