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과 불교적 사유를 저변으로 독자적인 시세계를 구축해 온 박제천 시인이 활판시선집 [밀짚모자 영화관]을 도서출판 시월에서 출간하였다.
시력 50년을 바라보는 박제천 시인은 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장자시』『심법』『율』『노자시편』『달마나무』 등 열두 권의 신작시집을 상재했으며, 『박제천 시전집(전5권)』과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공저) 『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등의 저서를 발간하였다. 노장과 국학, 민속사상은 물론 선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망라한 그의 시세계는 고전적인 어법과 뛰어난 상상력으로 인해 법고창신의 교범으로 회자돼 왔다.
이번 시선집 [밀짚모자 영화관]에는 시인이 자선한 100편의 시를 수록하면서 특히 한국 연작시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었던 장자시, 풍어제, 오구대왕의 산문, 토끼사냥, 12동판법 등 대형 연작시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발췌 수록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박제천 시인의 작품들은 특히 1984년 미국 아이오와대 I.W.P(국제창작프로그램)에 초청된 이래 미국 코넬대학에서 발간된 영역시집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일본에서 개인 번역시집이 잇달아 발간되었으며 독일, 루마니아, 캐나다, 호주,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의 한국어 번역시집과 저널에 고루 소개될 만큼 가장 한국적인 상상력의 시세계를 구현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인 장자시 전33편에 대해 정한모 시인이 시적 감각과 상상력, 언어구사의 삼박자가 모두 탁월한 경지를 보여 준다 평한 바 있듯이 이번 시선집은 그의 우주자연적 상상력과 참신한 언어구사력, 탈속한 시정신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박제천 시인은 일찍이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월탄문학상, 윤동주문학상, 공초문학상, 펜문학상 등 대표적인 국내문학상을 두루 수상하는 한편 문학아카데미 방산사숙을 통해 200여명의 신진시인을 배출했다. 동국문학인회장을 역임했으며, 경기대 대우교수, 동국대 겸임교수를 지내면서 성균관대, 추계예대에 출강하였다. 현재는 문학아카데미 대표, 계간 『문학과창작』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