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地天)이라는 어법과 천지(天地)라는 어법의 차이 도교적 논리와 유교적 논리가 서로 신경전을 벌리며 우리 역사 속에서 첨예하게 대립해 왔음이 일상적인 우리말에 남아 있다고 본다. 오늘날의 국가대 국가 간의 호칭에도 이런 경향이 남아 있다고 보는데 자신이 몸담은 국가를 먼저 내세워 우선순위임을 강조하는 어법으로 남북, 한미, 한일, 한중 등의 표현들이 그것이라 본다. 이런 어법의 흔적들은 우리 민간에도 더러 남아 있는데 음양(陰陽), 지천(地天), 천지(天地)등과 같은 말들로 음(陰)을 앞세운 도교적 표현이 음양(陰陽)과 지천(地天)이라는 어법이고 양(陽)을 앞세운 유교적 표현이 천지(天地)라는 어법이라 본다. 어린 시절 동네 할머니들은 주로 지천이라는 말을 자주 썼는데 동네 아이들이 놀이에 몰두하다 보면 간혹 소여물인 풀을 뜯어놓지 않았을 경우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할머니들은 아이들을 나무라는 말투로 “야! 이놈들아 사방에 지천(地天)으로 널린 것이 소여물인데 그것도 안 뜯어 놓았나!”라는 식으로 야단을 쳤었다. 반대로 할아버지들은 주로 천지(天地)라는 말을 많이 쓴 것으로 기억이 난다. 알고 썼든 모르고 썼든 지천(地天)과 천지(天地)라는 어법 속에는 도교적 논리와 유교적 논리가 첨예하게 부딪치며 흘러온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으로 한마디로 지천(地天)이라는 어법은 “여존남비”의 논리적 구조와 연결이 되고 천지(天地)라는 어법은 “남존여비”의 논리적 구조와 연결이 된다. 신기하게도 할머니들은 주로 지천(地天)을 많이 썼고 할아버지들은 천지(天地)라는 말을 많이 썼었는데 일자무식(一字無識)의 농사꾼들이라 무시만 할 수 없는 무엇이 지천(地天)과 천지(天地)라는 우리 옛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어법 속에 담겨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음양(陰陽)이라는 어법인데 동양학에서는 음양(陰陽)이라 하지 양음(陽陰)이라는 말을 쓴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으로 이로 보아 음양(陰陽)론은 음(陰)을 우선순위에 두는 도교적 논리에서 만들어진 학문이라 본다. 그리고 오행론은 유교적 논리에서 만들어진 학문이라 보는데 후대에 음양오행론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원시 도교와 유교의 통합을 시도한 흔적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