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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길
안재동
길은 늘 구부러지게 마련이지
구부러지다가도 펴지고
펴졌다가도 다시 구부러지고
어느 곳에선
산길처럼 심하게 꼬불꼬불
또 어느 곳에선
고속도로처럼 아주 반듯하게
땅덩이 큰 어느 나라에선
가도 가도
구부러지지 않을 것 같이
길고 반듯하게 난 길도 있지
하지만 그런 길도
어느 지점에선
결국 구부러져 버리고 말지
처음부터 끝까지
반듯하게만 펼쳐진 길 혹은
꼬불꼬불 굽기만 한 길
얼마나 지루하고 갑갑할 것인가
굽었다 펴졌다
세상천지
길처럼 조화로운 것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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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속에 길의 미학이 담겨있다. 인생길이 곧고 평탄하기만 하다고 생각한 적 있는가. 또는 온통 험난한 질곡의 길뿐이어서 인생이 오직 나락뿐이라고 낙망에 빠진 적이 있는가. 그러나 길들은 이리저리 꼬불꼬불 돌아가기도 하고 또한 반듯하게 가기도 하는 것이라고 이 시는 우리 마음을 위무하며 다독여준다. 아무리 어두운 삶일 지라도 길의 '조화로운' 속성은 이처럼 삶을 끊임없이 변주하며 유연하게 견인해가는 것임을 이야기해주며, 이 시가 우리에게 잔잔히 파고든다.
안재동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 연세대 행정대학원 및 서울대 국제경영대학원 수료. 『시세계』및 『시인 정신』으로 등단. 시집으로 <별이 되고 싶다><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껍데기><내 안의 우주>등이 있으며, 수필집으로<당신은 나의 희망입니다>가 있다. 무원문학상 본상, 문학21평론문학상, 막심 고리끼 기념문학상 평론상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학방송주간.
<신지혜 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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