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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독
정수자
봄 감자 씨눈에는 독이 서려 있다고
칼을 들고 보면 눈이 아연 시리다
돌잡이 배냇니처럼 반짝이는 어린 눈!
고물고물 실눈 뜨는 연둣빛 옹알이들
막장 같은 삼동을 몸에 곰곰 새기면
저리도 눈부신 봄을 처음이듯 낳는 것
기꺼이 문드러질 씨감자의 길이지만
독으로 저를 지켜 약이 되는 풀처럼
독 품은 사랑이 있어 해마다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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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조는 경이로운 생명의 존재가 어떻게 태어나고 또 생을 유지하는지 그 근원적속성을 들려준다. 우리가 보는 이 신비한 세계는 어떻게 생명을 터트리고 영속하는가. 그 힘이란, 바로 ‘독’이라고 시인은 긍정의 힘과 역설로서 모두를 따뜻하게 위무해주고 있다. 자신을 세상에 내놓고 삶을 영위시키는 그 생동의 에너지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독’인 것이며, 더욱이 그것이 ‘독 품은 사랑’의 힘이라 한다. 봄을 꿈틀꿈틀 태동시키며 산천을 푸른빛으로 서늘하게 번지도록 하는 이 형형한 독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힘이겠는가.
정수자 시인은 경기도 용인 출생. 1984년 세종숭모제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등단. 시집으로 <저녁의 뒷모습> <저물녘 길을 떠나다><허공 우물>이 있으며, 중앙시조대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수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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