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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바람을
최정례
나무가 바람을 당긴다이 끈을 놓아이 끈을 놓아끌려가는 자세로 오히려나무가 바람을 끌어당길 때사실 나무는 즐겁다그 팽팽함이
바람에 놓여난 듯가벼운 흔들림때론 고요한 정지상처의 틈에 새 잎 함께 재우며나무는 바람을 놓치지 않고슬며시 당겨 재우고 있다
세상 저편의 바람에게까지팽팽한 끈 놓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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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가 우리를 일깨운다. 이 시에선 나무가 오히려 바람을 팽팽히 당기고 있다. 즐기고 있다. 그들의 관계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니며, 불안한 관계 또는 숙적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이 나무는 바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밀고 당기는 관계를 즐거운 관계로 전환시키고 바람을 포용하며 고요히 재우기 조차하고 있으니, 이 나무의 지혜로움과 생의 道가 서릿발처럼 빛나고 있다. 인간의 삶 또한 그렇지 않은가. 삶 앞에 다가오는 어떤 것도 그저 요동치 아니하고 여여하게 향유하는 이 존재의 원숙한 경지! 바로 누구나 도달해야만 할 그곳 아닌가.
최정례 시인은 경기도 화성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9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내 귓속의 장대나무숲》《햇빛 속에 호랑이》《붉은 밭》《레바논감정》등이 있으며, 김달진 문학상, 이수문학상, 현대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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