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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요!
이원
동시 신호 직전 횡단보도 앞에 어떤 짐승의 배가 터져 있다 터진 모든 순간은 폭죽이라 어리광 같은 네 발은 허공을 놓지 않고 있다 어둠에 파 먹힌 눈을 반짝이며(어둠이 파먹은 것들은 반짝인다)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난다 터진 몸 안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안을 핥는다(샘물을 먹을 때처럼 혀가 단 소리를 낸다) 날 것의 맛을 아는 혀와 날 것의 맛을 알던 살이 닿는다(가르릉거리는 목구멍과 가르릉거리던 목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다) 산 짐승이 아직 뼈가 놓아주지 않는 살을 이빨로 뜯는다 산 짐승이 죽은 짐승의 살을 씹는다(산 짐승이 산 짐승의 살을 씹어 삼킬 때도 있다) 죽은 짐승은 마지막 숨이 제 몸에서 나가던 때의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산 짐승은 제 살을 비집고 나온 울음을 죽은 짐승의 배 속에 떨어뜨린다 여전히 어리광처럼 마주보고 있는 네 발들이 들어있는 길이 젖 냄새를 풍기며 동그랗게 오므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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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현존하는 것과 실존을 멈춘 것, 이 생사의 경계를 이 시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과 사, 이 장면 앞에선 눈도 깜박이지 말라. 슬로비디오처럼 적확한 한 동작과 동작들 속에서 그 초점들이 맹렬히 작열한다. 예리한 묘사 속에서 읽혀지는 삶과 죽음, 생사로 양분된 것들의 서늘하면서도 온기가 있는 장면으로 하여금, 다시 실체와 실체가 맞물려 피가 돌고 있질 않은가.
이원 시인은 경기도 화성 출생. 1992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등이 있으며 현대시학 작품상, 현대시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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