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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옛날 옛적 우리 고향 마을에 처음 전기가 들어올 무렵
송찬호
마당가 분꽃들은 노랑 다홍 빨강 색색의 전기가 들어온다고 좋아하였다
울타리 오이 넝쿨은 5촉짜리 노란 오이꽃이나 많이 피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닭장 밑 두꺼비는 찌르르르 푸른 전류가 흐르는 여치나 넙죽넙죽 받아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가난한 우리 식구들, 늦은 저녁 날벌레 달려드는 전구 아래 둘러앉아 양푼 가득 삶은 감자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해 여름 드디어 장독대 옆 백일홍에도 전기가 들어왔다
이제 꽃이 바람에 꺾이거나 시들거나 하는 걱정은 겨우 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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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어둠을 밝혀준 것 뿐만 아니라 삶에 힘찬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준 것 역시 전기다. 전기가 들어오자 그때부터 세상은 명명백백해졌다.
인생을 이끌어준 것은 역시 문명을 개화시킨 전기의 덕이다. 그 이전엔, 어둠을 쫓느라 촛불, 카바이트, 석유등잔불 등을 켜고 어스름한 곳에서 생을 흐릿하게 지폈었다. 전기! 오죽하면 온갖 생물들이 전기가 들어온 것을 기뻐했고 전류가 흐르길 바랐겠는가. 모두에게 전기는 곧 희망이다. 삶의 끝없는 노역에서 구세주처럼 찾아올 그런 빛. 전기는 이미 왔을까. 아니, 아직 오지 않은 전기를 우리는 다시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당신이 이미 생기에 넘쳐있다면 그 전기는 들어와 있는 것이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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