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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거울여행
김 참
거울 안에 작은 문이 있어 살며시 열어보니 소리 없이 열린다 문을 통해 거울 속으로 들어가니 거울 안에는 내방을 닮은 방이 있다 내가 들어온 문이 소리 없이 지워진다 문이 있던 부분을 밀어보니 꼼짝도 않는다 큰일이다 거울 안에 갇힌 것이다 방문을 열어보니 검은 아스팔트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대답한다 길 저쪽에서 다가오는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에 내려 부산행 표를 달라고 했지만 그런 도시는 이 나라에는 없다고 한다 이 도시의 이름을 물으니 삼천포라고 한다 이런, 고향에 와 버렸군! 나는 버스를 타고 죽림동 옛집을 찾아간다 버스는 양계장 지나 학교 앞에 멈춘다 학교를 둘러싼 탱자 울타리는 그대로였지만 학교가 있던 자리엔 울창한 복숭아밭이 있다 햇살이 따가운 복숭아밭에선 아름다운 여자들이 탐스러운 복숭아를 따고 있다 여자 한 명이 걸어와 어떻게 오셨냐고 묻기에 나는 죽림동 707번지가 어디쯤이냐고 물어본다 여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 마을은 없어진 지 백년도 지났다고 말하며 손짓으로 옛 마을 쪽을 가리킨다 눈을 돌려 그곳을 바라보니 마을은 없고 무덤들만 가득하다
***********************거울 속 세상이 궁금하다면, 이 시를 열고 들어가 보라. 무한 상상의 문을 지나 어느새 판타지적 꿈속을 거닐게 될 것이다. 현실과 꿈의 경계 없는 상상과 생생한 기억들이 그림처럼 선명히 교차하는 세계다. 지극히 제한된 상식과 경직된 인식으로 중독된 우리의 고정관념의 세계를 가벼이 뛰어넘어, 초현실적인 환상과 현실의 세계로 자유자재 왕래하게 된다.
김 참시인은 경남 삼천포에서 출생.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 여행>, <그림자들>등이 있다. 현대시동인상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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