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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어떤 은유
황동규
이제 무얼 더 안다 하랴.
저 맑은 어스름 속으로 막 지워지려 하는
무릎이 안개에 걸려 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저 조그만 간이역,
안개 밖으로 잘못 얼굴 내민 코스모스 몇 송이
들켜서 공중에 떠 있다.
한 줄기 철길이 숨죽이고 있다.
아 이 찰나 이 윤곽, 어떤 추억도 끼여들 수 없는,
새 한 마리 그림자처럼 느릿느릿 지나간다.
윤곽 모서리가 순간 예민해지고
눈 한번 감았다 뜨자
아 가벼운 지워짐!
이 가벼움을 나는 어떤 은유,
내 삶보다 더 X레이 선명한,
삶의 그릇 맑게 부신, 신선한 물음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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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도 어느 날 풍경이 확연히 감지되었던 경험이 있는가. 눈으로 들어온 풍경의 정지된 화면을. 이 시는 '가벼운 지워짐'의 세계가 보다 더 선명한 모습이다. 지워지고 잊혀져 버리고야 말 '삶의 그릇' 또한 광 플래쉬 속에서 작열한다. 저 휘황한 가벼움!
황동규 시인은 서울 출생. 1958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떤 개인 날><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풍장><외계인><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등 11권의 시집및 시전집, 산문집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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