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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詩』
<제2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작>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천양희
이른 새벽
도도새가 울고 바람은 나무쪽으로 휘어진다
숲에서는 나뭇잎마다 새의 세계가 있다
세계는 언제나 파괴 뒤에 오는 것
너도 알 것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남은 자의 고통은 자란다고 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렴
일과 일에 걸림돌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는 것이라고
저 나무들도 잎잎이 나부낀다
삶이 암중모색이다
가지가 찢어지게 달이 밝아도 세계는 그림자를 묻어버린다
일어서렴
멀리 보는 자는 스스로를 희생시켜 미래를 키우는 법이다
새의 칼깃 뒤에도 나는 자의 피가 묻어 있다
그러니 너는 네 하루를 다시 써라
쓰는 자의 눈으로 안 보이는 것은 없을 것이니
극복 못할 일이 어디에 있을라고
극복에도 바람은 있다
뛰어넘으려는 것이 너의 아픈 극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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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협곡에서 잠시 길 잃은 자가 있는가. 하지만 어떤 삶도 그리 녹록치가 않은 법. 다만 저 무덤속에 든 자들만이 삶의 모든 다툼이 소거된 채 잠잠할 뿐이다."삶이 암중모색이다" 허나 삶의 굴곡과 고통을 건너가라 한다. 치열한 세상의 벌판, 혼자 일어서서 통점을 넘어 하루를 다시 쓰라 한다. 심혼이 맑게 비치는 이 통찰의 시가 잠언처럼 상처입은 가슴을 잔잔히 다독여준다.
천양희 시인은 부산 출생, 1965년 박두진 추천‘정원(庭園) 한때’로 ‘현대문학’등단.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1983년‘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으로 재개.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등 다수시집. 단편소설 「하얀 달의 여신」,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등.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공초문학상, 혜산박두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