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 정숙자 /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 파란시선(세트 0012) / B6(신사륙판) / 150쪽 /
2017년 6월 26일 발간 / 정가 10,000원 / ISBN 979-11-87756-07-1 / 바코드 9791187756071 04810
신간 소개 / 보도 자료 / 출판사 서평
죽기 전에 죽어라 그리고 압도하라
정숙자 시인의 신작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이 2017년 6월 26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정숙자 시인은 1952년 전라북도 김제에서 출생했으며,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철학과를 수료했고, 1988년 『문학정신』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뿌리 깊은 달』 『열매보다 강한 잎』 『정읍사의 달밤처럼』 『감성채집기』 『사랑을 느낄 때 나의 마음은 무너진다』 『이 화려한 침묵』 『그리워서』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행복음자리표』 『밝은음자리표』가 있다.
정숙자 시인은 끊임없이 읽는다. 들뢰즈를 읽고, 만해와 미당을 읽는다. 보들레르와 보르헤스를 읽고, 소월과 아쿠타가와와 연암을, 융과 청마와 춘원과 카프카를 읽는다. 그녀는 또한 헤세와 릴케와 붓다를 다시 읽고, 예수와 백석과 이상과 니체와 칸트를 부단히 읽는다. 그런데 그들은 정숙자 시인에게 “무덤마저 지워진 종친들”이다.(「절망 추월하기」) 다시 말한다. 이들은 정숙자 시인에겐 ‘종친(宗親)’일 뿐이다. 한 일가붙이이지만 그들은 ‘유복친(有服親)’이 아니다. “무덤마저 지워진” 그들 앞에 정숙자 시인은 감히 상복 입기를 자처해 거부한다. 거부와 함께 그녀는 선언한다. “죽기 전에 죽어라 그리고 압도하라”.(「절망 추월하기」) 정숙자 시인의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은 한마디로 이 정언명령의 시적 실천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정언명령의 기원은 다음 구절에 집약되어 있다. “‘운명’을 읽었어야 했는데 ‘운명’을 살기만 했구나”.(「일단 이것을 나비라고 부른다」) 무슨 말인가?
정숙자 시인은 “절대적 진리란 없고 사물의 절대적 성질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가치가 현실에 대응하지 않을 뿐더러 인간의 인식과 행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인정하는 가운데서도, 종교적 진리와 전통적 도덕규범에 의해 은폐되었던 현실 세계의 거짓과 오류와 모순과 갈등을 그 자체로 긍정하고 그것이 이루어 내는 생성과 변화에 참여하면서 제 스스로를 새로운 가치 창조의 주인으로 공언하고자 한다.”(이찬 평론가의 시집 해설 중에서) 그렇다. 정숙자 시인의 읽기는 단지 이상적 교양인을 지향하는 수동적 “견딤”이 아니라, 주어진 바로서의 ‘운명’을 파기하고 스스로 “강물을 거스르는 서고(書庫)”가 되고자 하는 무한한 자기 혁명의 과정이자 곧 쓰기 셈이다. 그러니 그 ‘발자국들이 어찌 뜨겁지 않겠는가.’(「살아남은 니체들」)
정숙자 시인의 말대로 “모든 죽음은 표절이다”. “생존 또한 표절이 아닐 수 없다”.(「육식성, 시」) “더 이상의 새로움은 ‘이미’에게 포위되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놀라워라! 여기 “짙푸른 폭발이 있다”. “봉쇄된, 봉쇄된, 봉쇄된 기암-절벽을 뚫어” “빈틈을 입증하는 뿌리가 있다”.(「굿모닝 천 년」) 죽음을 압도하는 “피의 승화”가 있다.(「꽃 속의 너트」) 그것이 바로 정숙자 시인의 시다.
추천사
정숙자의 시적 지향은 “새롭게 어리석게”(「몽돌」)이다. 새로움이 그녀가 무수한 생각과 생각과 생각과 생각을 生覺시키면서 얻고자 하는 지고한 목표지만 “새로움은 ‘이미’에게 포위”(「굿모닝 천 년」)되어 있을 뿐이다. 새로움은 언제나 어리석음에서만 건널 수 있는 피안이다. 어리석음이란 지혜를 가까이 하려는 자의 항상적 태도이다. 바보를 자처하는 자들을 보라. 그 형상은 저 장자의 산목(山木)처럼 굽어 있다. 그리고 그 굽음은 마치 뜨거운 불판 위를 지나가는 환형동물의 “과잉곡선”(「과잉곡선」)을 닮았다. 정숙자의 시들은 철학적 높이로 들려져 있지 않다. 철학적 깊이로 고투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철학적 높이란 바로 “오른발이 타 버리기 전/왼발을 내딛고”(「살아남은 니체들」) 가야 하는 뜨거운 보행으로 바꾸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인칭이란 얼마나 “고독한 공간”(「인칭 공간」)인가. 집중된 상승과 도약이 한 계단이라면, 추락과 활강이 다음 순간의 계단이다. 이 ‘뒤엉킨 시간’을 견뎌 내는 것. 천년, 만년을 두고 조금씩 견디는 것이 그녀의 실천이성이며, 바로 이 ‘승화’를 위해서 그녀가 “책장에 가득 꽂힌 나비들”(「일단 이것을 나비라고 부른다」)과 함께 “신들이 켜 놓은 등불”인 꽃을 피울 “피의 승화”(「꽃 속의 너트」)를 감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숙자는 시의 수도자요 고행자이다. 시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기쁨과 동시에, 그 한 줌과 맞바꾸기 위한 엄청나게 불합리한 기다림을 견디는 고행의 “발자국만으로 족히 마을을 이룬 한 그루”(「각자시대」)의 시인이고자 한다.
―이현승(시인)
시인 정숙자의 가슴팍 깊은 곳에는 두 가지 상반된 충동과 심리적 벡터가 가로지르고 있는 듯하다. 하나는 삶의 허무와 무의미를 바닥까지 들여다보면서도, 좀 더 고차원적인 앎과 삶에 순결하게 헌신하고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창안하려는 능동적 허무주의자의 벡터이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신’ 또는 ‘운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어떤 절대적인 것에 대한 순응주의자의 면모이다. 이 두 가지 면모들 가운데서 후자가 보다 강력한 힘을 발산하게 될 때, 정숙자의 시는 샤머니즘에 가까운 접신술의 이미지들로 둘러싸일 뿐만 아니라, 우주 삼라만상의 그 모든 사물과 존재자들에게 생명과 영성이 깃들어 있다는 물활론(hylozoism)과 애니미즘(animism)의 형상과 무늬들이 촘촘하게 펼쳐지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찬(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저자 약력
정숙자
1952년 전라북도 김제에서 출생했으며,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철학과를 수료했다.
1988년 『문학정신』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뿌리 깊은 달』 『열매보다 강한 잎』 『정읍사의 달밤처럼』 『감성채집기』 『사랑을 느낄 때 나의 마음은 무너진다』 『이 화려한 침묵』 『그리워서』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행복음자리표』 『밝은음자리표』가 있다.
시인의 말
전 인생의 테마이며 전 생애를 관통하는 ‘견딤’
그것은 ‘빛의 예약’이자 신에게 바치는 허밍이다
차례
제1부
013 관, 이후
014 액체계단
016 파란 피아노
018 제2국면
020 유령시티
022 슬픔은 울어 주기를 원치 않는다
024 살아남은 니체들
026 과잉곡선
028 인칭 공간
030 싯다르타
032 태양의 하트
034 균열
036 무중력 상태로의 진입을 위한 밤들
038 무릎_學
040 시간의 충돌
042 풍크툼, 풍크툼
제2부
047 몽돌
048 객담 및
050 절망 추월하기
052 역광
054 칼의 눈
056 대상 x
058 절름발이 바다
060 각자시대
062 문명의 탁자
064 활엽수의 뇌
066 꽃 속의 너트
068 육식성, 시
070 일단 이것을 나비라고 부른다
제3부
075 칸트 프리즈
076 순수이성과 지평
078 실천이성에 얹힌 파니
080 판단력 펌핑(pumping)
082 영구평화로의 접근
084 도덕형이상학의 추
085 노력을 소비할 것
086 굿모닝 천 년
088 십 년 후의 메모
090 늙
092 현재의 행방
094 순환과 연쇄
096 파생
098 누 떼의 도강이 그리 처절한 것은 그들에게 핸드백이 없기 때문이다
제4부
103 나는 죽음을 맛보았다네
104 내 피 맛있었니?
106 나는 죽음의 프로다
108 스페어(spare)
109 비대칭 반가사유상
110 젖었으므로 빛난다
112 바다는 무엇을 말하는가
114 만들어진 침묵
116 모레의 큐브
118 결여의 탄력
120 지성인
122 악마의 바늘
124 다시 파란 밤을 꿈꾸어야 할까요?
126 지형도
127 풀의 행성
해설
이찬 초월적 열망의 아날로지, 자유간접화법의 콜라주 129
시집 속의 시 세 편
액체계단
직각이 흐르네
직각을 노래하네
직각
직각 한사코 객관적인
도시의 계단들은 경사와 수평, 깊이까지도
하늘 깊숙이 끌고 흐르네
날개가 푸르네
날개가 솟구치네
다음
다음 기필코 상승하는
건축의 날개들은 수직과 나선, 측면까지도
성운 깊숙이 깃을 들이네
설계와 이상. 노고와 탄력. 눈물의 범주. 계단은 피와 뼈와 근면의 조직을 요구하네. 인간이 만들지만 결국 신의 소유가 되는, 그리하여 쉽사리 올라설 수도 콧노래 뿌리며 내려설 수도 없는 영역이 되고 만다네.
바로, 똑바로, 직각으로 날아오른 계단은 자신의 DNA를 모두에게 요구하네. 허튼, 무른, 휘청거리는 발목을 수용치 않네. 가로, 세로, 직각으로 눈뜬 모서리마다 부딪치며 흐르는 물소리 콸콸 콸콸콸 노상 울리네.
계단의 승/강은 눈 VS 눈이네. 한 계단 한 계단 한 걸음 한 걸음 한눈파는 눈으로는 안녕 불가. 생사의 성패의 지엄한 잣대가 계단 밑 급류에 있네. 너무 익숙히, 너무 가까이, 너무나 친근히 요주의 팻말도 없이. ***
살아남은 니체들
그들, 발자국은 뜨겁다
그들이 그런 발자국을 만든 게 아니라
그들에게 그런 불/길이 맡겨졌던 것이다
오른발이 타 버리기 전
왼발을 내딛고
왼발 내딛는 사이
오른발을 식혀야 했다
그들에게 휴식이라곤 주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도움이 될 수도 없었다
태어나기 이전에 벌써
그런 불/길이 채워졌기에!
삶이란 견딤일 뿐이었다. 게다가 그 목록은 자신이 택하거나 설정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럴 수밖에 없었으므로 왼발과 오른발에 (끊임없이) 달빛과 모래를 끼얹을 뿐이었다.
우기(雨期)에조차 불/길은 지지 않았다. 혹자는 스스로, 혹자는 느긋이 죽음에 주검을 납부했다…고, 머나먼… 묘비명을 읽는 자들이… 뒤늦은 꽃을 바치며… 대신… 울었다.
늘 생각해야 했고
생각에서 벗어나야 했던 그들
피해도, 피하려 해도, 어쩌지 못한 불꽃들
결코 퇴화될 수 없는 독백들
물결치는 산맥들
강물을 거스르는 서고(書庫)에서, 이제 막 광기에 진입한 니체들의 술잔 속에서… 마침내 도달해야 할… 불/길, 속에서… 달아나도, 달아나도 쫓아오는 세상 밖 숲 속에서. ***
꽃 속의 너트
꽃 속에 너트가 있다(면
혹자는 못 믿을지도 몰라. 하지만 꽃 속엔 분명 너트가 있지. 그것도 아주아주 섬세하고 뜨겁고 총명한 너트가 말이야.)
난 평생토록 꽃 속의 너트를 봐 왔어(라고 말하면
혹자는 내 뇌를 의심하겠지. 하지만 나는 정신이상자가 아니고 꽃 속엔 분명 너트가 있어. 혹자는 혹 반박할까? ‘증거를 대 봐, 어서 대 보라고!’ 거참 딱하구나. 그 묘한 걸 어떻게 대볼 수 있담.)
꽃 속에 너트가 없다면 아예 꽃 자체가 없었을 것(이야!
힘껏 되받을 수밖에. 암튼 꽃 속엔 꽉꽉 조일 수 있는 너트가 파인 게 사실이야. 더더구나 너트는 알맞게 느긋이 또는 팍팍 풀 수도 있다니까.)
꽃봉오릴 봐 봐(요.
한 잎 한 잎 얼마나 단단히 조였는지. 햇살 한 올, 빗방울 하나, 바람 한 줄기, 먼 천둥소리와 구름의 이동, 별들의 애환까지도 다 모은 거야. 그리고 어느 날 은밀히 풀지.)
꽃 속의 너트를 본 이후(부터
‘꽃이 피다’는 ‘꽃이 피-였다’예요. 어둠과 추위, 폭염과 물것 속에서도 정점을 빚어낸 탄력. 붉고 희고 노랗고 파란… 피의 승화를 꽃이라 해요. ‘꽃이 피다!’ 그렇죠. 그래요. 그렇습니다.)
그늘을 지우는 꽃(을
신들이 켜 놓은 등불이라 부를까요? 꽃이 없다면 대낮일지라도 사뭇 침침할 겁니다. 바로 지금 한 송이 너트 안에 한 줄기 바람이 끼어드는군요. 아~ 얏~ 파도치는 황홀이 어제 없던 태양을 예인합니다.) ***
❚펴낸곳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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