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학(시인)
여영현 시인의 이 시집을 펼치면 섬과 포구와 파도와 해변과 수평선이 가득하다. 푸른 격랑의 바다를 담은 시집이라고 해도 좋겠다. “세상은 객지라서 다 외로웠다”라고 말하는 시인은 자주 밤바다에 홀로 있다. 시인은 광활한 곳을 항해하는 한 주체의 고독한 심연을 매우 정밀하게 표현한다. 밤바다의 흔들리는 작은 쪽배에 탄 시인이여, 우리들의 삶이여!
―문태준(시인)
❚저자 약력❚
여 영 현
경북 김천에서 출생.
연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플로리다 주립대 방문 교수 역임.
2004년 『문학과창작』 신인문학상 등단.
숲속의 시인상, 현대 그룹 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선문대학교 인문사회대 교수로 재직.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민어 낚시 13
갈치잡이 14
모항에서 15
슬픈 황해荒海 16
노인과 바다 18
환란 20
거울 앞에서 22
고봉준 ‘바다’, 그 매혹의 심연 114
❚시인의 말❚
시인의 말
그날 남쪽 항구에는 봄비가 내렸다. 나는 사람들 틈에서 영도다리가 번쩍 들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누군가는 이 다리에서 첫사랑을 잃었으리라, 멍게에 막걸리를 마시며 항구의 물이랑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행복이란 온전할 때는 느끼지 못한다. 그 감정은 결핍에서 느끼는 갈망이기 때문이다. 충족된 욕구는 더 이상 동기로 작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길 위에 선다.
나는 용기가 없었다. 여전히 나의 결핍을 보여 주는 게 고통스럽다. 시와 내가 분리되길 원했다. 내 안의 가난과 비루는 끝내 밀봉될지 모른다. 몇 개의 시어詩語들만 입속에서 맴돈다. 그러므로 발자국과 발자취는 다르다.
항구에서 오래도록 물굽이를 바라보며 그리운 이름들을 호명했다. 공복의 바다가 흰 배를 드러내며 죽은 물고기처럼 천천히 뒤집어졌다. 전화를 걸 만한 사람이 없었다.
2018년 4월
여영현
❚시집 속의 시 한 편❚
밤바다를 낚다
유성이 이따금 떨어졌다
별의 흰 뿌리가 밤새 황홀했다
외항선이 지나가는 먼바다,
낚싯바늘 하나 던져두면
나는 지구를 꿰고 있는 걸까?
입질 한 번 오지 않는 밤을
나는 별을 다 헤아리고 있다.
❚펴낸곳 (주)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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