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 잠들고 싶다 - 김젬마 시집(천년의 시)
1999년 『조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젬마 시인의 첫 시집 『길섶에 잠들고 싶다』가 천년의시 0080번으로 출간되었다. 김젬마의 시는 기본적으로 자연친화적이면서 전통 및 토속적 가치에 의미를 부여한다. 「항아리」 「홍매화」 「수도원 감나무」 등 이번 시집에는 점차 사라져가는 전통 및 토속적 가치에 대한 심미적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편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자신을 감추고 세계를 드러내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자신이 포착한 객관적 대상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반면 주관적 자아는 극도로 절제하여 표현한다.
해설을 쓴 이은봉 시인은 “김젬마의 시가 갖고 있는 작고 조그만 것들이 갖는 의미망에 대해서는 좀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그의 시들이 언제나 문득, 별안간, 순간의 형식으로 획득되고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서정이나 이미지를 갑자기 한순간에 포착해 내는 것이 그의 시의 방법적 특징이다.”라고 평했다.
김젬마 시에서 자연은 ‘재발견된 자연’이다. 자연을 통해 삶을 사유하는 시인의 시 쓰기가 ‘삶의 재발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상과 나의 동일화 과정을 통해 세계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시의 방법적 특징인 동시에 서정의 꽃을 피우는 언어의 따듯한 생명력이라 할 수 있다. 그 온기가 문장 곳곳에 깃들어 있어 우리는 어렵지 않게 시인이 지닌 온화한 감수성과 친교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김젬마 시인의 시적 화자는 목소리가 크지 않다. 강의 하류처럼 잔잔하고 넉넉하다. 조근조근 속삭이는 목소리로 세상의 안위에 대해 묻고 대답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아득한 과거로 돌아가서 고향을 재현하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토해 내고, 이웃에 대한 사랑과 동물에 대한 연민과 역사에 대한 증언 등을 진술하고 있다. “손가락 붓으로/ 그려낸 산수화”처럼 시인의 시편들은 자연과 일상 세목을 선명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글을 적는다는 것은 오늘을 새겨놓는 일”이라고 김젬마 시인은 시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이는 술이부작述而不作에 다름 아니다.
“쏟아지는 별을 앞치마에 담아/ 별을 나눠주던 엄마”라는 시 구절로 보아 김젬마 시인은 시적 재능을 그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듯하다.
조용하고 은근한 시인의 여리지만 울림이 큰 감동 시편들이 혼탁한 세상 속으로 번지고 퍼져 생활의 먼지와 얼룩을 세심하게 닦아주길 기대해 본다.
―이재무(시인)
❚저자 약력❚
김 젬 마
충남 서산 출생.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상담학 박사.
1999년 『조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개인 사진전 ‘Fine Art Black & White, Photographer’
그룹 사진전 ‘길 그 넘어(Beyond the Road)’
‘부엔 까미노’ 등 다수의 사진전 참여.
동인 시집 조선시문학회사화집 『조선시』 참여.
산문집 『프렌즈 온더 로드』 간행.
현재 (사)한국작가회의 회원.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사선 13
길섶에 잠들고 싶다 14
임계점 15
불안 16
어느 사자의 죽음 17
집중력 18
무명천에 그려 넣은 노을이길 19
홍매화 20
첫눈 21
아버지의 의자 22
침묵 24
남채마을 아낙들의 경전 25
10시 29분 Ⅰ 26
10시 29분 Ⅱ 28
블라인드 29
멋진 외로움 30
아덴만의 영웅 31
제2부
수도원 감나무 35
더위 사랑 36
항아리 37
씨 지갑 38
발신처 땅 밑 39
별 하나 따서 40
도약 42
달빛 소곤대는 밤 43
알 수 없는 길 44
라일락 46
엄마의 자리 47
낱알 48
멍석 49
린포체Rinpoche 50
K2 51
오월 하루 52
제3부
바람 사나이 55
수의 56
그대는 아는가 이 마음을 58
소 떼 59
빈 하늘 60
주머니 속 61
콩돌 62
할미꽃 63
하얀 조가비 64
아카시아 65
새끼 고양이들 66
시성詩性 68
뿔논병아리 70
새해 71
조문국 72
제4부
큰 외숙모 75
1971년 12월 19일 76
산골 화백 78
꽃무릇 79
엿치기 80
물버들 81
망초꽃 82
동굴 83
천장 84
꿀꺽 옹달샘 85
바람아 86
친구에게 87
봄날의 부자 88
해설
이은봉 작고 조그만 것들의 의미망 89
❚시인의 말❚
요란하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책상 서랍을 열고 시 지갑을 꺼낸다
들썩거리는 시들이 안쓰러워
가만히 시 지갑의 지퍼를 연다
거기 수줍어하는 시들이 꽃밭을 이루고 있다
잘생긴 시만 시인 것은 아니지
시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사이
여기저기 ‘봄이 온다’고 야단들이다
한반도에 어렵게 온 봄이
제대로 된 가을로 익기를 빈다
오랜 세월을 돌아온 나의 시도
이제는 제대로 된 가을로 익기를 빈다
유월은 부는 바람을 따라
알싸한 잉태를 준비하는 계절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기꺼이 서로들 이마를 맞대고
내 작은 시 지갑을 열어본다
2018년 6월 물빛마을에서
김젬마
❚시집 속의 시 한 편❚
길섶에 잠들고 싶다
타박타박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
언제라도 심심치 않을
길섶에 잠들고 싶다.
어느새 갈바람
마음도 하늘처럼 드높다.
슬며시 그렸다 놨다 흩트려 놓는 구름.
사이에 태어나
사이에 살다가
사이에 죽는다.
그 순간
산티아고 순례길이 타박타박.
[ⓒ 뉴욕코리아(www.newyorkkorea.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ntact Us : 고객문의센터, Tel: 대표 201-674-5611
E-mail: newyorkkorea77@gmail.com, newyorkkorea@naver.com, 빠른카톡상담ID : newyorkkorea
미국최대 대표포털 뉴욕코리아는 미국법률변호사고문 및 미국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컨텐츠 및 기사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c) New York Korea, INC. News Media Group in US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