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시인선 0217 이선균 시집 언뜻,
언뜻, / 이선균/ (주)천년의시작
B6(신사륙판)/ 128쪽/ 시작시인선(세트 0217)
2016년 9월 19일 발간/ 정가 9,000원
ISBN 978-89-6021-292-3 04810 / 바코드 9788960212923 04810
❚신간 소개 / 보도 자료 / 출판사 서평❚
2010년 <시작>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이선균 시인의 첫 시집이 나왔다. 이선균 시인은 이번 시집 <언뜻,>에서 삶의 체험에서 드러나는 슬픔과 사랑을 단정한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보여준다. 그의 삶은 물 위에 떠 있다 해가 지면 사라지는 “생이가래”이며, 그의 어머니는 “문고리의 힘으로 혼자 동생을 낳”고 혼자 육남매를 키운다. 그의 시 속에서는 이러한 삶의 신산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슬픔이 하나의 언어 또는 이미지로 존재한다. 언어와 이미지에 침착沈着하는 시인은 언어와 이미지에만 집중하기에 현실을 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선균의 시는 언어와 이미지에 집중한 또렷한 시이면서도, 삶의 중심에 있는 슬픔과 사랑을 시의 중심으로 엮어내는 힘이 있다.
❚추천사❚
이선균의 시는, 삶의 표면에서는 외롭고 쓸쓸하지만 그 반영은 깊이를 더해가며 아름다워지고 단단해져 청명한 울림으로 반짝거린다. 수묵으로 번지는 언어들이 대립적이면서도 서로 조응하며 이중성으로 빛난다. 물의 표면에서 ‘부유하는’ ‘부서지는’ ‘흩어지는’ 이라는 동사가 물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서 ‘심어놓은’ ‘길어놓은’ ‘뿌리내리는’ 이라는 동사로 바뀐다. 그는 흘러가는 삶의 여기저기에 섬을 만들고 그 위에서 달빛과 바람에 자신의 몸을 말리며 춤을 춘다.
그의 존재는 현실적으로 작은 어항에 담겨 있는 ‘생이가래’ 일지 모른다. 어항이라는 삶에 담겨 뿌리내리지 못하고 물풀로 떠다니기만 하는. 그러나 그는 계약기간이 끝나가는 12월에 아이들에게 알퐁스 도데의 「염소」를 읽어주는, 이별에서 사랑을 아는 계약 교사다. 또한 생이가래라는 물풀을 바라보면서 비켜날 수밖에 없는 삶의 모순과 ‘생이, 갈애渴愛’라는 조응을 동시에 본다.
한 시인이 멸치 덕장에서 말라가는 멸치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쓴다. “흘림체로 몸부림치는/ 비릿한 인연, 어쩌다/ 이곳으로 이끌려왔나.// 단 한 획의 미라./ 고독한/ 이미지스트.”(「멸치 덕장」 전문) 이 시를 빌려서 이제 이선균의 시를 말할 수 있겠다. 수묵담채로 삶의 표면을 그려내는 ‘비릿한 인연’들, ‘알싸한 통증’들, 그것들이 우리 삶의 안으로 스며들어 깊이를 더해가며 언어의 수정水晶이 되어가는 한 획의 간절함이 그의 시라고…….
―박형준(시인, 동국대 국문과 교수)
❚저자 약력❚
이 선 균
1961년 경기도 포천 출생.
2010년 『시작』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 졸업.
echam617@hanmail.net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생이가래 13
섭패 14
몸속으로 강이 흘러요 15
흐르는 숲 16
온도차 18
지평선 20
언뜻, 21
처녀자리 22
멸치 덕장 24
화사한 그늘 25
불타는 비탈 26
적조 28
맥박 끝에서 초침이 뛴다 30
한밤의 춤 32
제2부
나는 그만 말을 잃었지 35
누호 36
붉게, 젖다 38
그라데이션 40
파묵破墨 42
11월 44
헛꽃 45
담담 46
바람의 집 47
폭설 48
메꽃 레퀴엠 50
그림자극 52
방치 54
파란만장 56
제3부
접도蝶道 59
나무를 삼킨 용암 60
너마저 61
사라져가는 것들의 온기 62
이끼사이클 64
통하다 66
알츠하이머 검사 68
수묵담채 70
웃음 세리머니 71
간극 72
뱀 73
왔다 갔다 74
봄밤의 하모니마트 75
허공의 씨눈처럼 76
제4부
슬픈 79
로드킬 80
경칩 81
연 82
압록강, 창덕하구에서 84
오크나무 숲을 생각하네 86
흑야 88
부란을 만나다 90
야행성 92
회복기 93
종이신발 94
내일은 타자 96
버드 주전자 97
파문 98
미래에서 날아온 돌 100
해설
유성호 사랑과 기원과 타자를 상상하는 심미적 서정 101
❚시인의 말❚
저녁 천변을 걷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모르는 노래 흐릅니다.
모든 흐름은
인력引力이 작용한다고 믿습니다.
그들과의 끌림, 울림, 흔들림……
얇고 가볍고 아득합니다.
그러나 간절하고 끊임없습니다.
2016년 가을.
❚시집 속의 시 한 편❚
언뜻,
천변에 앉아 초록을 캐요. 쑥향을 뜯어요.
쑥향,
원시의 동굴에서 몸 바꿔 입은 여자의 냄새
그대와 내가 서로의 몸속에 심어놓은 냄새
마늘과 어우러져 깊이 배어 있는 사랑의 독소
언뜻, 보았지요.
몇 생애 전의 물가에서 아기 안은 여자와 불 피우는 남자,
돌아갈 수 없는
그 동굴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당신을 놓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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