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날고 싶다 -윤기관 디카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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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윤기관의 디카시집 『우리도 날고 싶다』는 “예쁜 풍경 한 컷”에 감상을 붙이는 익숙한 디카시의 관성을 처음부터 비껴간다. 시작점부터가 다르다. 이 시집은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의 초등학교 풍경에서 출발하며, 그 현장의 참담함을 “세상에 알리고 더불어 개선의 손길을 기다려” 보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사진은 배경이 아니라 증언이고, 시는 감상이 아니라 요청서에 가깝다. 1부가 ‘형상’, 2부가 ‘자유’, 3부가 ‘인권’, 4부가 ‘평화와 평등’으로 구성된 목차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선언문처럼 읽힌다.
이 선언의 근거는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분명히 밝힌다. 사람은 “그분의 형상을 닮아 지어졌”기에 그 자부심을 ‘인권’이라 부르며, 창조된 천지를 돌보고 자연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권리 또한 “분에 넘치는 선물”로 부여되었다고 말한다. 이 시집은 “정치적 올바름”을 유행어로 빌려오지 않는다. 자유·평등·평화 같은 도덕적 가치를, 신의 형상과 인간 존엄이라는 더 오래된 토대 위에 다시 올려놓는다.
그 토대가 실제의 장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1부의 로힝야 연작이 선명하게 보여준다. 「초등학교 천장」에서는 교육받을 최소한의 조건조차 박탈된 삶을 정면으로 지적한다 . 「자유를 찾아」는 난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유가 더 멀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라를 세울 민족의 예비 지도자”가 될 아이들의 미래를 더 또렷이 호출한다고 확신한다. 이런 태도는 난민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4부 ‘평화와 평등’에서 인용되는 「비무장지대 평화」의 구절, “문양이야 다르지만/한마음으로 평화를 알리는 이정표…/통일의 그날을 소원하는 한마음”이라는 부분은 분단을 낭만화하지 않으면서도, 평화를 가능한 가치로 되돌려 놓는다. ‘평등’ 또한 추상명사가 아니라 폭력과 차별의 구조를 드러내는 비판적 언어로 호명되며, 시는 그 구조를 무너뜨리는 데 필요한 감각의 설득력을 담당한다.
그렇다고 이 시집이 목소리 높여 구호만을 외치는 책은 아니다. 윤기관의 디카시는 자연과 사물에 기대는 방식으로 오히려 메시지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작가는 길섶의 풍경을 보며 “자유, 평화, 인권, 평등이 손을 흔들며 격려”한다고 쓴다. 여기서 자연은 현실을 지우는 장식이 아니라, 인간에게 부여된 가치가 어디서 왔는지를 확인시키는 창조주의 표지로 기능한다. 「이러지 말아요」에서 갈매기는 “알량한 새우깡 한 톨로 유혹하지 말아요”라고 말하며, 약자에게 던져지는 값싼 시혜와 길들임의 이데올로기를 거절한다. 이런 장면에서 사물과 자연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도덕을 가늠하는 거울이 된다.
표제작 「우리도 날고 싶다」의 펭귄은 특히 인상적이다. “날개는 물갈퀴로 변신”해 “훨훨 날지 못”하게 되었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 무리 지어 사는 건 영락없는 사람이네”라고 말한다. 이 자조 섞인 유머는 금방 사회적 은유로 읽힌다. 날 수 있는데 날지 못하는 존재, 혹은 날개를 다른 용도로 바꿔 생존을 택한 존재의 형상은, 자유를 말하면서도 스스로의 자유를 훼손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지적한다.
윤기관 시인의 『우리도 날고 싶다』는 자연과 일상을 예쁘게 기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기록을 통해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의 규범과 가치인 자유, 평등, 평화, 인권을 다시 묻는다. 더 정확히는, 인간이 “그분의 형상대로 빗어진” 존재라는 전제 위에서, 창조된 세계(자연과 사물)를 바라보는 일이 곧 인간을 존중하는 윤리적 가치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면 풍경이 남는 게 아니라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정말 서로를 사람답게 대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우리도 날고 싶다는 말 앞에서, 누구의 날개를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작가의 말

누구나 자신의 신체 일부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면 그것을 듣고도 그냥 지나칠 사람은 하나도 없다. 왜, 그럴까? 사람은 그분의 형상을 닮아 지어졌다는 자부심 때문이리라. 그 자부심을 우리는 ‘인권’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그분이 사람을 지으실 때, 완벽하지 않게 지으셨다. 늘 그분을 따르라고. 우리는 본태성 미숙아다.
그분의 심오한 의도로, 그분의 형상대로 빗어진 인간은 존엄한 가치를 가지고 세상에 온다. 창조된 천지를 잘 보살펴, 자연을 잘 가꾸고, 자연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권리가 부여된 것은 덤으로 받은 분에 넘치는 선물이리라.
이에 감복하여 UN은 헌장에 어느 나라나 그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릴 자유, 평화, 인권, 평등을 법으로 보장한다. 그분이 창조한 사람이니 속박을 반대하며, 다툼을 거부하며, 사람다운 대접을 받아야 하며, 평등하게 대접받을 기본권리가 있다.
나는 문학인으로서 ‘글’로, 예술인으로서 ‘그림’으로서, 사진작가로서 ‘영상’으로서 그 자유·평화·인권·평등을 추구한다. 지난 여정을 되새김질할 결단을 내렸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되돌아본다. 어려운 여정에서 수많은 교훈과 스친다.
길섶에서 자유, 평화, 인권, 평등이 손을 흔들며 격려한다. 고마움에 잠시 그 자리에 머문다. 떠오른 시상詩想을 기록하고, 영상으로 남긴다. 이 순간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다.
preface
There is no one who would simply let it pass when others make comments about their body. Why is that? It is because every human being takes pride in having been created in His likeness. We call that pride “human rights.” Moreover, when He created human beings, He did not make them perfect, so that they might always follow Him. By nature, we are premature beings.
By His profound intention, human beings, created in His image, come into the world, bearing dignity and worth. The right to care for the created world, to cultivate nature, and to live happily in harmony with nature is surely a gift bestowed upon us in abundance beyond measure.
For this reason, the UN Charter declares that freedom, peace, human rights, and equality are universally guaranteed by law to every nation and to every citizen of those nations. Since human beings are created by Him, they are to resist bondage, reject conflict, be treated with dignity and assured of their equal rights.
As a writer, I pursue freedom, peace, human rights, and equality through words; as a painter, through paintings; and as a photographer, through images. I have resolved to reflect on my past journeys, and so I walk the Santiago Pilgrimage in Spain, where I encounter countless lessons along its difficult path.
Along the roadside, freedom, peace, human rights, and equality seem to wave their hands in encouragement to me. Out of gratitude, I pause there for a moment. I record the poetic inspiration that comes to me and capture the scene in images, so that I may share this moment with my neighbors later.
Along the roadside, freedom, peace, human rights, and equality seem to wave their hands to encourage me. Out of gratitude, I pause for a moment. I record the poetic inspiration and capture the scene in images, so that I may share the moment with my neighbors later.
디카시집 속으로
형제
우리 동네 초록 마을
연보라 아이들 태어났네
강렬한 색상 대비여도
조화롭게 차분한 세계
평화로이 은은한 꽃동네
Brothers
In our green village,
lavender children were born.
Though the colors contrast vividly,
the world stays harmonious and serene.
Ah, our flower village, peaceful and gentle!
불꽃
초록의 조연으로 보색 이루어
저 높은 곳을 향하여 힘차게
치솟아 합창하는 불멸의 꽃
자유로운 세상을 노래하는 정열
Flame
With green as a supporting hue in contrast,
the immortal flower soars with vigor
toward the heights, singing together
of a free world with passion.
생명
자외선 광합성으로
자양분 생성하는 푸른 생명
힘들다고 주저앉지 말고
있는 것을 내 것으로 삼고
고마워하는 잎새
Life
Through ultraviolet photosynthesis,
green beings create their own nourishment.
Not sitting down in weariness,
making the most of what they have,
the green leaves are thankful.
기다림
누구든지 필요한 분
잠시 쉬었다 가세요
노랑 위에 마련된 벤치
보라 위에 파랑이 보이는 이 자리
늘 비워 둘게요
Waiting
Anyone who needs it,
please rest here for a while.
A bench among yellow flowers;
the blue sky above the purple ones.
I’ll always keep this bench empty for you.
차례
Part 1
형상
Image
쿠투팔롱 초등학교 Kutupalong Primary School
교실 간판 Classroom Signs
초등학교 천장 The Ceiling of the Primary School
미래가 바라보이는 교실 The Classroom Revealing the Future
자유를 찾아 Seeking Freedom
임시정부 각료 후보자들 Future Leaders
로힝야 공화국 만세 Hurrah for the Rohingya Republic!
로힝야 사회 예비 지도자 선물 Gifts for the Future Leaders of Rohingya Society
우리 함께 Together with Us
핏줄 Blood Bonds
형제 Brothers
환영 Illusion
바다사자(독도 강치) 본향 Homeland of Sea Lions(Dokdo Sea Lion)
이러지 말아요 Please Don’t
돌아오라, 친구여 Come Back, My Friends!
Part 2
자유
Freedom
뉘우침 Repentance
불꽃 Flame
비상 Soaring
별사탕 Star Candies
무궁화 Rose of Sharon
감사하는 마음 Grateful Heart
족두리 Lady’s Headpiece
하늘공원 Sky Park
사연 Story
공중전화 Pay Phone
우리도 날고 싶다 We Want to Fly, Too
진도 아리랑 Jindo Arirang
등잔불 Lamp Light
나의 발견 My Discovery
자연의 섭리 The Law of Nature
Part 3
인권
Human Rights
달팽이 Snails
아침 데이트 Morning Date
탯줄 Umbilical Cord
옹알이 Babbling
해바라기 Sunflower
어이구, 내 똥강아지 Oh My, My Little Cute Puppy
세례 Baptism
수숫단 첫사랑 First Love by the Sheaves of Sorghum
나팔꽃 Morning Glory
형상 Image
옛날이야기 Old Tale
고기를 잡으러 To Catch Fish
색의 조화 Good Harmony of Colors
쉼 Rest
생명 Life
Part 4
평화와 평등
Peace and Equality
비무장지대 평화 Peace in the Demilitarized Zone
사뭇 궁금해 I Wonder Why
평화로운 바닷가 A Peaceful Seashore
무지개 따러 간 사람들 People Chasing the Rainbow
삶의 현장 The Scene of Life
느긋한 식사 시간 A Relaxed Mealtime
나른한 봄맞이 Greeting a Drowsy Spring
기다림 Waiting
행복한 모자 Happy Mom and Her Sons
잔영 Afterimage
사막에서 사는 생명 Creatures Living in the Desert
사막 주점 Desert Tavern
자유 Freedom
흔적 Traces
국방 태세 완비 A Firm National Defense Posture
해설 인생 순례길에 동행하는 디카시
김종회(문학평론가,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
해설 중에서
그의 시들은 방글라데시 선교지의 핍진한 인권보고서를 방불케 하는 현장을 보여주면서, 그 척박한 환경에서 배태胚胎한 꿈과 소망을 묘사했다. 그런가 하면 다채롭고 감성적인 여러 경관을 통해 그 본질을 투시하는 감별의 관점을 형상화하기도 했다. 그는 우주 자연 가운데 살아 있는 생명력을 추적하는 데 민감했으며, 세상의 다기多岐한 풍경들을 통해 평화와 평등의 사유思惟를 추수하는 데 시인으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했다. 그러기에 그의 시를 읽는 동안 우리는 내내 기껍고 흔연했다. -김종회(문학평론가,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
저자 약력
윤기관
* 시인, 디카시인, 수필가, 수묵산수화가, 목판화가, 사진작가, 여행 작가, 선교사
* 충남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경제학 박사)
* 충남대학교 명예교수회 회장 역임(2024)
* 방글라데시 대포딜대학교(Daffodil Internationao University:DIU) 한국어 담당 석좌교수(2017~현재)
*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강남문인협회, 국제PEN 한국본부, 국제계관시인협회 한국본부, (사)구상전 (한국화 및 판화), 대한민국미술협회(초대작가), 한국사진작가협회, 한국여행작가협회
* 디카시집 『우리도 날고 싶다』
* 시집 『나무도 보고 숲도 보고』 『천 마리 학을 접는 마음』 『마라나타』
* 수필집 『그냥 혔어』 『진인사득천명』 『오아시스를 찾아서』 『이분이 그분인가』(베트남어 및 방글라데시어 현지 동시 출판) 『이집트 포토 & 에세이』
E-mail_ kkyoon195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