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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자전거 도둑
신현정
봄밤이 무르익다
누군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자전거를 슬쩍 타보고 싶은 거다
복사꽃과 달빛을 누비며 달리고 싶은 거다
자전거에 냉큼 올라가서는 핸들을 모으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은빛 페달을 신나게 밟아보는 거다
꽃나무를 사이사이 빠지며
달 모퉁이에서 핸들을 냅다 꺾기도 하면서
그리고 불현듯 급정거도 해보는 거다
공회전하다
자전거에 올라탄 채 공회전하다
뒷바퀴에 복사꽃 하르르 날리며
달빛 자르르 깔려들며
자르르 하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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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신가. 이런 자전거라면 어디라도 날아가지 않겠는가. 무거운 일상을 훌훌 벗어 던지고, 이 시처럼 복사꽃 향기를 펄펄 휘날리면서 봄밤을 가르며 은빛 페달을 밟는다면, 일확천금은 아닐지라도 자르르 하르르 녹는 유쾌한 봄밤이야말로, 온전히 당신 것이지 않겠는가. 무릉도원을 가르는 자전거의 해학과 기치로 그대의 어둔 마음엔 환한 불이 당겨질 것이다.
신현정 시인은 서울 출생. 197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대립><염소와 풀밭><자전거 도둑>이 있으며, 서라벌문학상,한국시문학상,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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