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산조(季節散調) 5題
2016년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조춘(早春)
1
봄소식 전한다고 꽃망울 터지더니
돌연한 꽃샘 한파 꽃 무덤 생기겠네
봉오리 맺히다 멎은 나무 등걸 가여워
2
정원 길 산책하던 한적한 저녁 나절
하.부.지 부르면서 달려온 내 강아지
곧 바로 보듬지 못해 안타까움 어쩌나
3
어느 날 천형(天刑)되어 바보 된 할아버지
사랑은 끝없는데 마음만 겅둥거려
봄 꽃샘 한파 닥치면 어찌할 방법 없네!
초하(初夏)
초록 눈 초록 입술 싱그런 초록 얼굴
잎 새 속 감추어진 터질 듯 꽃봉오리
애기씨, 입 다물어요 꽃샘바람 불어요
꼬불한 밭두렁 길 중의(바지) 접고 걷는 새벽
서그렁 쏴아~샤아 들바람 불어오고
밤도와 흐드러져 핀 송이송이 나팔꽃
영롱한 새벽이슬 꽃잎에 똬리 틀며
고시랑 속삭이는 은밀한 풀꽃 연어(戀語)
아지매, 조용 걸어요 연인의 꿈 깨질라
중추(仲秋)
알곡 진 벼 이삭에 귀 열고 물어보니
여름내 초록 얼굴 어느새 황금물결
소쿠리 새참 펼치니 풍성한 들녘 일세
드높은 창공 가른살 같은 저 소리개
이삭 문 참새 떼들 황망히 흩어지고
덜그렁~ 허수아비가 저 혼자서 춤을 춰
금빛 뜨락 양광(陽光)아래 도리깨질 얼쑤로다
도랑 속 자갈 밑에 숨죽인 가재 한 쌍
얘들아, 물장구 그만 맑은 물길 흐릴라
만추(晩秋)
늦가을 햇빛 한줌 뜨락에 머문 오후
건듯 부는 소슬바람 난 분분 꽃 이파리
해질 녘 신작로 따라 헤매 돌며 흩날려
산책로 갓길 따라 무리 진 풀꽃 속에
애잔히 흔들리는 코스모스 춤사위가
뜨겁던 초록 입술을 못 견디게 그리나
나무 잎 잎 새 마다 눈부신 금빛 무늬
흑발이 백발 된들 푸른 맘 변해질까
손주 놈 뒤뚱 걸음에 지난 세월 아쉬워
입동(立冬)
나무 잎 맴돌아서 창가에 떨어지네.
간간한 소슬 바람 내 맘속 훑어 돌며
빛바랜 이파리들이 낙화(落花)되어 흩어져
한 잎씩 쌓인 낙엽 발아래 수북하고
잎 새에 새겨졌던 한 가슴 타던 사연
지난 날 푸른 꿈들이 세월 속에 묻히네
꼬불한 산책로를 휘돌아 걷는 발길
연못 속 하늘아랜 외로운 구름 한 점
코끝의 시린 갈바람 삭풍(朔風)될까 두려워
* 작가메모 :
ㅡ어느 날 어이없이 天刑(천형)의 몸이 되어 하마나 하마나 꺼지기를 기다리며 세월을 죽였다.
어언 세월이 흐르고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나날 속에서 그래도 나와는 상관없이 산천은
어김없이 계절 따라 그 모습이 변해갔다. 해서... 문득, 기쁘거나 슬프거나 박완서님의 말처럼
잠시라도 내 눈에 비치는 살아 있는 그 모습들이 아까워 그때그때 맘속에 박아두자는
‘꿈을 담는 사진사’가 되기로 하였다. 덕분에 아주 조금씩 ‘희망’을 보긴 하지만,
어차피 그래본들 인생이 부질없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헐!
심란해 끼적였던 연시조 5수를 재외동포재단에 보냈더니
어쩌나 '문학상'이란 것으로 돌아왔다.
40년 전 신문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 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옛말에 ’칠십에 능참봉’이라더니 요즘 젊은이들 말처럼 ‘깜놀’이었다.
2016. 8월
<심사평>
이 시는 특유의 리듬감을 시의 외연을 확장해가는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목소리의 울림도 크고 깊어서 신뢰가 갔다. 한편 한편 공들인 흔적도 이 시를 선택하게 된 힘이 되었다.
다만 작품의 길이가 좀 걸렸으나, 시 전체의 세공성을 생각했을 때 무리가 없어 보여
심사 위원들이 모두 방점을 찍었다... (신경림, 신달자,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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