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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좋은 일들
심보선
오늘 내가 한 일 중 좋은 일 하나는매미 한 마리가 땅바닥에 배를 뒤집은 채느리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준 일죽은 매미를 손에 쥐고 나무에 기대 맴맴 울며잠깐 그것의 후생이 되어준 일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그것 또한 좋은 일 중의 하나태양으로부터 드리워진 부드러운 빛의 붓질이내 눈동자를 어루만질 때외곽에 펼쳐진 해안의 윤곽이 또렷해진다그때 나는 좋았던 일들만을 짐짓 기억하며두터운 밤공기와 단단한 대지의 틈새로해진 구두코를 슬쩍 들이미는 것이다오늘의 좋은 일들을 비추어볼 때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조금 위대한 사람나의 심장이 구석구석의 실정맥 속으로갸륵한 용기들을 알알이 흘려보내는 것 같은 착란그러나 이 지상에 명료한 그림자는 없으니나는 이제 나를 고백하는 일에 보다 절제하련다발 아래서 퀼트처럼 알록달록 조각조각교차하며 이어지는 상념의 나날들언제나 인생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언젠가 운명이 흰 수염고래처럼 흘러오겠지
------------------------------좋은 일들이란 무엇인가. 좋은 일들은 어디에나 가득하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이 지상에 명료한 그림자는 없으니' 또한 어디에나 부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삶의 부조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에 긍정하지 않으면 안되겠기에 모두는 좋은 일에 속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삶의 모호한 비애와 존재론적 불확실성을 뛰어넘어 자조적 등불을 켜고 항해해야만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생래적 실상임을 보여주고 있다.
심보선 시인은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동 대학원. 컬럼비아 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졸업.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슬픔이 없는 십오 초」가 있다.
<신지혜. 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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